리투아니아 등 동구 국가들 순방중 24일(현지시간)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와 회담
"벨라루스 시민들에게 공정 선거 치를 권리 부여 안 됐다"면서도 '적극 개입'엔 선긋기
"시위대 향해 폭력과 부당한 대우 당장 그만둬라"...일본에선 벨라루스 現정권 향한 비판 성명도

구(舊) 소비에트연방(소련) 벨라루스에서 최근 실시된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로 치러졌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벨라루스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는 등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 국무부 차관이 벨라루스 반(反)정권 세력의 지도자급 인사와 회담을 가졌다. 또 일본 등 자유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현(現) 벨라루스 정권을 향한 규탄 성명도 나오고 있어 세계의 이목이 벨라루스로 쏠리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사진=로이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차관.(사진=로이터)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등 동구권 국가를 순방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차관은 24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에서 현(現) 벨라루스 정권의 반대파 세력의 지도자급 인사로 손꼽히고 있는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7)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티하놉스카야는 ‘사회 질서 교란’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된 벨라루스의 유명(有名) 블로거 세르게이 티하놉스키의 아내로써, 남편을 대신해 지난 9일 실시된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인물이다. 하지만 현직(現職) 벨라루스 대통령으로서 6선(選)에 도전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에게 79.7대 6.8로 대패한 이후 티하놉스카야는 이웃 국가인 리투아니아로 피신했다.

이날 티하놉스카야와 회담을 한 비건 차관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의 시민들에는 공정한 선거를 치를 권리가 부여되지 않았다”며 대통령 선거 이후 벨라루스에서 확산중인 ‘부정선거’ 주장을 수용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벨라루스의 장래를 결정하는 것은 국민이며 우리는 그 결정을 존중한다”며 벨라루스 정세에 미국이 직접 개입할 의사는 없다는 식으로 해석될 만한 입장을 취했다.

티하놉스카야는 미국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국민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고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말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편, ‘부정선거’ 등을 주장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벨라루스 시민들이 속속 체포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일본에서는 비판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NHK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이날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각의(閣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벨라루스 정세와 관련해 “주시하고 있다”며 “벨라루스 당국에 대해 평화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항의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폭력이나 자의적인 구속 및 피구속자들에게 행해지고 있다고 하는 부적절한 대우 등을 즉각 중단할 것을 외교 루트를 통해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가 관방장관은 “정치 세력 간의 폭넓은 대화가 이뤄짐으로써 법의 지배, 민주주의 원칙이 지켜지는 형태로 안정과 발전이 확보될 수 있기를 강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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