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류허 부총리, '경제총괄' 리커창 총리 견제 나설듯
외교안보라인에 태자당 왕치산 투입
감찰위원회 주임 상하이 서기 시절 친분
국방부장·공안부장에 측근들 포진

당선인 선서하는 시진핑 주석 [연합뉴스 제공]
당선인 선서하는 시진핑 주석 [연합뉴스 제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제5차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만장일치(2970표)로 국가주석과 군사위 주석으로 다시 뽑힌데 이어 19일에는 국무원부총리·국무위원·각부 부장·각위원회주임·중국인민은행행장·감사장·서기장을 임명하는 주석령(主席令)에 서명했다.

이번에 임명된 중국 주요 기관장에는 시 주석의 측근들이 대거 발탁 기용됐다. 이들은 장기집권의 길이 열린 시 주석의 권력을 수호하는 어림군(御林軍-중국 황제의 근위군)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국무원 부총리에는 한정(韓正) 상무위원, 쑨춘란(孫春蘭) 전 통일전선부장,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廣東) 서기와 시 주석의 죽마고우인 류허(劉鶴)가 선출됐다. 특히 시 주석과 같은 태자당으로 분류되는 류 부총리의 위상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에 비견될 것으로 점쳐지며, 전통적으로 총리가 주도해온 경제 내정이 국가주석의 감독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신임 부총리에 한정·후춘화·류허·쑨춘란
중국 신임 부총리에 한정·후춘화·류허·쑨춘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집권기에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후진타오(胡錦濤) 집권기에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이 국무원을 이끌며 경제를 총괄해왔던 영역에 친(親) 주석파가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리커창 총리 연임이 승인된 배경으로는 공청단의 상징적인 인물인 리 총리가 배제되면 후진타오 전 주석 계열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리 총리가 시 주석의 장기집권 개헌에 적극 찬성하고 나왔기 때문에 보은 차원에서 외면할 수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한정 부총리는 장쩌민계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상하이방이지만, 시 주석이 상하이 서기로 재임 시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해 19기 1중전회(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서 서열 7위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한 바 있다. 한 부총리는 상하이 대리 서기를 맡고 있던 2007년, 시 주석이 당시 상하이시 서기로 오자 그를 정성을 다해 도와 친분을 다졌다. 그는 이후 부임해온 태자당 계열 위정성(兪正聲) 상하이 서기도 성심껏 모셨다. 한 부총리는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태자당 내에서도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후춘화 부총리는 한때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우며 공청단 차세대 주자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시진핑 정부 들어서는 시 주석의 눈에 들기 위해 공청단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시 주석파에 가깝다. 후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광둥 서기에서 물러날 당시 후임을 ‘시자쥔’(習家軍, 시진핑 지방정부 근무 당시 옛 부하집단) 출신인 리시(李希) 랴오닝(遼寧)성 서기에게 넘겼다.

선출된 부총리 중 유일한 홍일점인 쑨춘란은 1973년 중국 공산당에 가입해 고위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中央黨校)에서 수학했다.

국무위원으로는 웨이펑허(魏鳳和-국방부장 겸임)·왕용(王勇)·왕이(王毅-외교부장 겸임)·샤오제(肖捷-국무원 비서장 겸임)·자오커즈(趙克志)가 선출됐다.

왕이 외교부장이 국무위원으로 선출되며 시진핑 집권 2기의 외교안보는 ‘왕치산(王岐山)·양제츠(杨洁篪)·왕이’ 체제로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시 주석의 지명으로 부주석에 임명된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이전의 전공 분야인 외교분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며 지난해 10월 제19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25명 중 한 명으로 승진한 양제츠는 국무원 업무보다는 당 조직 관리에 집중하며 왕 부주석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선봉장 왕치산이 휘두르던 사정 칼날은 새로 설립된 감찰위원회의 초대 주임으로 임명된 양샤오두(楊曉渡) 전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가 넘겨받게 된다. 양 주임이 갖게 되는 권한은 당원 이외 비당원 출신 공직자를 모두 감시할 수 있으며, 감찰 대상에 대한 심문·구금은 물론 재산 동결과 몰수도 가능하다. 양 주임은 시 주석이 2007년 상하이시 서기로 일할 당시 통전부장으로 지내며 인연을 맺었다.

중국 신임 국방부장에 웨이펑허
중국 신임 국방부장에 웨이펑허

중국 군권의 핵심인 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된 시 주석은 국방부장으로 자신의 측근인 웨이펑허(魏鳳和) 상장(대장)을 임명하는 동시에 국무위원으로 선출했다. 산둥(山東) 출신인 웨이 부장은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집권 직후 첫 군 인사에서 승진시키고 직접 계급장을 달아준 인물이다. 그는 2015년에 중국인민해방군 로켓군 사령원을 지냈다. 이에 따라 미래 중국군의 국방전략은 미국의 항모에 대항하는 미사일전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안부장으로는 시 주석이 푸젠성장 시절부터 알고 지낸 지기인 자오커즈가 유임되는 동시에 국무위원을 겸임하며 시자쥔의 위상을 과시했다.

경제부처에는 시 주석의 옛 부하인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약칭 발개위) 주임과 중산(鐘山) 상무부장을 유임시켰다. 지난 16년간 중국인민은행장을 역임하고 70세의 나이로 은퇴한 저우샤오촨(周小川)의 후임으로는 이강(易綱) 부행장이 승진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은 해외 유학파인 이강은 10년 가까이 저우샤오촨을 수행하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IMF와 세계은행 연례회의’ 등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다. 금융 전문가 출신인 그는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통화 바스킷 편입 등을 주도했다. 재정부장에는 류쿤(劉昆) 재정부 부부장이 승진했다.

이밖에 천원칭(陳文淸) 국가안전부장, 천바오셩(陳寶生) 교육부장, 황수셴(黃樹賢) 민정부장, 바터얼(巴特爾) 국가민족사무위원회 주임 등이 유임됐다.

개편되거나 신설된 부처장으로는 퇴역군인사무부장 쑨샤오청(孫紹騁),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에 해당하는 문화여유부장에 뤄수강(雒樹剛), 생태환경부장 리간제(李干杰), 응급관리부장 왕위푸(王玉普),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 마샤오웨이(馬曉偉), 농업농촌부장 한창푸(韓長賦) 등이 선임됐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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