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이모씨 '두 아들도 폭행당한 것 같다' 진술 시사뉴스 보도
당일 靑 국민청원에 "3살배기 전신마취 수술케 해" 가짜뉴스 확산
최초 보도나 경찰 해명서 운전자-시위대 갈등 이른 경위 안 드러나

수원중부경찰서가 19일 배포한 입장문 일부

지난 17일 수원역 부근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비판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맞닥뜨린 차량 운전자와 '3살배기까지 폭행'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19일 경찰이 "피해자의 3살배기 아이가 부상을 당한 사실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폭행 피해자의 주장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매체 '시사뉴스'의 보도와 이를 근거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지역 경찰에 대한 항의를 계기로 안기남 수원중부경찰서장(총경) 명의로 반박 자료를 내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국민청원에 기재된 '태극기 집회에서 시위꾼들이 봉·막대기를 이용해 3살배기 아이를 폭행, 전신마취에 이르는 수술을 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을 거론한 뒤 "시위대의 행진으로 차량이 정체되자 운전자와 시위대 간 시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손가락 부위를 다쳐 치료를 받은 사실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3살배기 아이가 부상을 당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물리력을 행사한 운전자는 오른손 손가락 3개를 봉합수술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또 '시위대로부터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음에도 경찰이 가해자를 체포하지 않고 분리시켜 시위대로 숨어들게 했다'는 시사뉴스 보도에 관해 "운전자가 시위대 20여명에게 둘러싸여 더 큰 마찰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며 "경찰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행진 대열 밖으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중

앞서 시사뉴스는 18일자 보도에서 "(17일) 나들이를 나가던 일가족 4명이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심한 욕설과 함께 수술을 요하는 집단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이 와중에 여성과 3살, 5살 난 유아까지 포함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경찰들이 오히려 가해자를 돕는 듯한 행동으로 일관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원역 인근에 거주하며, 폭행 피해 당사자 이모씨(30·남)는 17일 오후 5시쯤 아내와 5살·3살배기 두 아들을 승용차에 태우고 수원역을 향했고, 이씨 가족의 승용차가 일방통로를 통과할 때 쯤 도로가 막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가 경찰 측에서 언급한 '운전자'다.

매체에 따르면 이씨는 도로 정체를 알아차린 뒤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야 태극기 집회 중인 것을 알았고, 아내에게 "이 사람들 시위 중인 것 같다"고만 말했더니 '50여명'이 승용차를 에워싸고는 "빨갱이 XX다"라고 외치며 열린 차창 안으로 들고 있던 봉과 막대기를 쑤셔넣고 마구 휘젓기 시작해 이씨와 아내는 폭행을 당하기 시작했고 아이들도 분명 맞은 것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차문을 열고 나와 항의하자마자 50여명이 자신을 둘러싸고 폭행하면서 '소동에 손이 크게 찢어지며 피가 길바닥에 쏟아졌다'거나, 어린 아들들과 아내의 울부짖음 속에서 이씨는 자신에게 집단 폭행을 가한 태극기 시위자중 한명에게 "당신이 나를 때렸으니 경찰서로 가자"며 손을 잡은 뒤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 8명이 다가와 다짜고짜 "그 잡은 손을 놓으라"며 이씨의 양팔을 폭행 가해자로부터 떼어놨다는 묘사도 보도에 포함됐다.

시사뉴스는 또 "이씨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자신을 폭행한 일련의 무리들은 태극기 시위대 속으로 숨어든 뒤였다. 억울하고 분했던 이씨는 경찰에게 '피해자를 포박하고 폭행범을 풀어주는 경찰이 어디냐. 관등 성명을 대라.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외쳤다"면서 "책임자는 '때린 사람 얼굴을 기억하느냐, 그 얼굴을 기억해야 잡을 수 있다'고 반문했다고 한다"고 경찰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매체는 이런 진술 소개와 함께 이씨가 찢어진 오른손에서 피를 흘리는 사진, 붕대로 감은 사진과 함께 "집단 폭행을 당한 이씨를 경찰도 외면하는 사이, 한 시민이 그의 손을 싸매줬다"는 해설을 덧붙였다. 이어 "현재 이씨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18일 기준 오후 2시께 전신마취를 요하는 수술에도 들어갔다. 그런데 이씨는 자신의 상처보다 아이들이 받았을 정신적인 충격을 더 걱정한다"고 보도했다.

시사뉴스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검색제휴가 돼 있지 않고, 제휴사 중 '뉴스프리존' 한 곳만 해당 보도를 타전해 사건 자체가 '널리 알려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보도 당일(1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는 기사 링크와 함께 "수원역 태극기 집회에서 시위꾼들이 지나가는 승용차 안으로 욕설과 함께 봉, 막대기를 이용한 폭행을 하여 3살배기 아이에게 전신마취에 이르는 수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라는 주장이 담긴 청원이 게시됐고 19일 오후 8시 기준 찬성자가 1만3000명을 넘는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의 3살배기 폭행' 주장에 선을 긋고 이씨를 시위대로부터 격리한 배경을 설명하며 반박했지만, '지금이라도 수사당국이 면밀히 수사해 폭행범들에게 적절한 중형을 내려달라'는 요구에는 저자세를 보였다.

경찰은 "이번 집회시위와 관련해 불법행위가 발생한 데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피해자의 쾌유를 바라겠다"며 "향후 경찰은 신속한 수사를 통해 엄정한 법적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이씨와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갈등하게 된 정확한 경위 등 보도를 통해 드러나지 않은 사항이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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