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반대하는 의견 내면 무관심하거나 건설적인 반응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측에서 소송 건다"
"한국은 입법부에도 문제 있다...민주당 의원들, 언론의 '가짜 뉴스'에 정부가 시정명령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 발의"
"한국의 좌파는 군사 독재에 맞섰다는 정치적 정체성 쌓아...자신들 반대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는 우선 순위 아니다"
"정부 안에 있는 좌파들은 약자라는 자신들의 자아상을 버리지 않아... 비판이 나오면 '피포위 의식' 가진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통치를 해외 유력 언론에서도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이 대표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 시간) '한국의 진보 통치자들이 내면의 권위주의를 발산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상대를 향한) 비판을 뿜어내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좌파 후임자로서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 더 개방적이고 반대 의견에 관대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이런 좋은 의도가 시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정부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면 무관심하거나 건설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정부측에서 소송을 건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정부 고위 인사가 관련된 일에 대해 언론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20% 가까이 증가했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을 향해 비판적인 의견을 낸 언론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사례들을 열거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청와대가 한 보수 신문에 실린 칼럼이 영부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정 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지난해 중앙일보가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잦은 해외 순방을 비판한 칼럼을 게재한 데 대해 청와대가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우파 유튜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감옥에 갔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월간조선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우종창 씨에게 소송을 걸어 지난달 우씨는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국제 NGO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지난 19일 우씨의 석방을 요구하며 "우씨가 취재원을 밝힐 것을 거부한 뒤 구속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민주당이 한 정치학 교수가 민주당이 자기 잇속만 차린다며 비판하는 칼럼을 쓰자 형사 고발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민주당이 경향신문에 민주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기고한 임미리 고려대 연구 교수를 고발했다가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중간에 취하한 일을 말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는 입법을 시도하는 점 또한 우려하며 "한국은 입법부에도 문제가 있다. 이달초 민주당 의원들이 언론의 '가짜 뉴스'에 정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0년대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해 '왜곡된' 역사적 기록을 하면 처벌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이같은 내로남불 행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한국의 좌파는 군사 독재에 맞섰다는 정치적 정체성을 쌓았으며,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울러 "정부 안에 있는 좌파들은 약자라는 자신들의 자아상을 버리지 않았다"며 "특정 언론들을 (상대편) 정당의 무기로 여기면서 그들로부터 비판이 나오면 '피포위 의식(siege mentality)'을 가진다"고 했다. 피포위 의식이란 적에게 둘러쌓여 있다는 강박 관념을 뜻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끝으로 "한국 정치인들이 옛말을 인용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세종대왕의 말을 잘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1425년 세종대왕의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고결하지도, 통치에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날 때도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시오."

한편 이번 칼럼은 아시아 이슈를 분석하는 '반얀(Banyan)'이란 코너에 익명으로 작성됐으며, '민감한 서울(Sensitive Seoul)'이라는 제목으로 인쇄본에 실렸다고 밝혔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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