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눈도 감지 못했겠느냐"
박지훈 변호사 "고유민 의도적 따돌림 받아...수면제 먹어야 잠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
계약상의 문제도 제기..."트레이드 미끼로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 유도,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임의탈퇴"
"계약 해지를 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자유계약선수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
현대건설 측, 즉각 반박..."훈련 배제 등 따돌림은 없었다"
고(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과 소송 대리인이 "현대건설 배구단의 사기극이 고유민 선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이들이 고유민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 댓글이라고 하지만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으로 '감독이 나를 투명 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인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은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유족과 변호인은 계약상의 문제도 제기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는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이를 미끼로 고유민 선수에게 3월 30일 선수 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 선수를 임의탈퇴했다. 고유민 선수는 계속 배구 선수로 뛰고 싶어했다"고 주장했다.
박지훈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은 규정을 어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박지훈 변호사는 "계약 해지를 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다. 자유계약선수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고 했다. 임의탈퇴로 묶인 선수는 원소속구단이 이를 해지하지 않으면 한국프로배구 V리그에서 선수로 뛸 수 없다.
박 변호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를 확인하니, KOVO는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며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고 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는 이어 단상에 올라 "(유민이는) 이도희 감독 부임 이후 무너졌다. 그 전까지는 정말 칭찬도 받았다. 연습도 제외하고 아프다고 해도 치료도 해주지 않았다. 본인 입으로 훈련 시키지 않는다고 말을 하고 다녔다. 내가 직접 녹음한 이야기다. 유민이와의 대화 내용을 캡처해 살펴달라고 부탁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주전이 훈련할 때 옆에 세워두기만 했는데 그저 서 있을 때 유민이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울먹였다.
또 "장례식장에서 본 유민이의 마지막 모습이 생각이 난다. 얼마나 한이 많았으면 눈도 감지 못했겠느냐. 장의사분도 말씀하셨다. 도저히 눈이 감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 역시 가슴에 한이 맺힌다. 선수가 수면제를 복용한다는 건 구단의 관리 소홀이다. 저는 끝까지 현대건설 배구단 이도희 감독, 손재홍 코치에게 물을 것이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유민이의 한을 풀기 위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권 모 씨는 끝으로 "유민아, 엄마는 강해. 끝까지 너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 여기 계신 모든 분들께 약속할게.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현대건설 측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입장문을 발표해 "훈련 배제 등 따돌림은 없었다. 임의탈퇴 후 고인은 구단과 만난 자리에서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며 유족의 주장을 반박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