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역사의 산증인' 최영섭 예비역 해군대령, 이젠 최재형 감사원장 아버지로 화제
"文정권 되니 잠잠하던 좌파들 확 올라와...한국 좌파는 바로 '인민공화국파'"
6·25전쟁 70주년 행사 질책도..."밤늦게 한다길래 유해 도착시간과 맞춘 줄 알았건만"
"검은 것은 검다고 하고 흰 것은 희다고 해야"...있는 그대로의 역사 강조
고초 겪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묻자..."공무원은 법과 원칙에 따르기만 하면 그뿐이야"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해사 3기)은 우리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에서 6.25전쟁 최초의 해전인 '대한해협해전'을 승리로 이끈 인물이다. 92세 노병은 지난 6월 서울공항에서 치러진 6·25전쟁 70주년 행사 무대에 힘겹게 지팡이를 짚고 올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과 함께 태극기에 거수경례를 했다. '해군가'가 끝날 때까지 결연한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하던 노병은 이내 '6.25의 노래'가 울려 퍼지자 불끈 쥔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취임 후 처음으로 6.25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최 예비역 대령은 이제 최재형 감사원장의 부친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감사원장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거듭된 요구를 뿌리치고 현 정권의 주요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 졸속 추진을 감사하겠다고 나서 더불어민주당의 공개 표적이 됐다. 특히 최 감사원장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에 진척이 없자 직원들에게 부친과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는 일화는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최 예비역 대령은 19일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문재인 정권을 매섭게 비판했다. 하지만 아들인 최 감사원장이 현재 겪고 있는 고초에 대해선 “공직자는 나라를 위해 법과 원칙대로 일하면 되는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현재의 안보위기를 걱정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내 또래들은 전부 산으로 쉬러 들어갔고 여기 남은 건 나 하나 뿐이야. 지금 우리 국민 중 90% 이상이 6.25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이오. 국민들에게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를 잘 가르쳐야 해. 얼마나 힘들게 만들어졌는지, 또 어떤 노력으로 이만한 위치에 있게 됐는지를 알아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지금 좌파정권은 되도 않게 친일파니 뭐니 하면서 나라를 세우고 발전시킨 세대의 주역들을 모조리 거꾸러뜨리고 있어.

-광복회장이 국군 창설의 주역들이 친일파라고 비난하고 있죠.

=너무 기가 막혀. 왜정 때 태어난 사람들 보고 왜 왜정 때 태어났느냐고 따져 묻겠다는 건가. 故백선엽 장군을 깎아내리는 현 정권과 이에 결탁한 세력들은 역사적 사실에는 눈귀를 닫고 있는 거야. 그 분이 만주에 갔을 때 이미 만주는 일본이 완벽히 장악한 상태로 교전할 독립군이라는 게 존재하질 않았어. 독립군을 토벌한 사람들이 국군 창설의 주역이라고 주장하는 건 맞지 않는 얘기야. 그리고 지금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당시 사람들이 일본 군대에 들어간 사실을 두고 반민족적이라며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얘기야. 자기들이 뻔질나게 얘기하며 우러르는 무장독립투쟁론자라는 사람들 중에서 적잖은 경우는 중국과 소련 공산당에 가입해 군사교육까지 받은 사람들인데 이건 뭔가.

-안보 위기가 결국은 잘못된 역사관에서 비롯된다는 말씀 같네요.

=검은 것은 검다고 하고 흰 것은 희다고 해야 해. 있는 그대로 인정을 하자는 얘기야. 좌파들은 역사 왜곡을 너무 많이 해. 교묘하게 사실들을 비틀어서 말이지.

-좌파들은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합니다. 아니면 양측이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구요.

=북침이라고? 6.25 당일이 무슨 요일이었는지 알지? 주말인 일요일이었어. 그럼 이승만 대통령 부부는 당시 뭐하고 있었느냐, 이 대통령은 창덕궁 비원에서 낚시하고 있었고 프란체스카 여사는 충치로 이를 빼고 있었어. 최고통수권자가 이렇게 주말에 쉬고 있었는데 북침을 했겠어? 허무맹랑한 주장이야.

-1945년 8.15 광복 소식을 어디서 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이 남북분단의 원흉으로 좌파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데 당시엔 어떤 분위기였는지도 말씀해주세요.

=광복 소식은 북한 땅이 된 내 고향 강원도 평강에서 들었어. 우리 가족 모두는 북한 공산당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왔어. 좌파들이 소련군은 해방군이고 미군은 점령군이었다고 하는데 포고문을 보면 그럴 듯한 얘기야. 소련군은 ‘너희는 이제 해방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미군은 식민지였던 나라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라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일제의 공백을 우리가 맡는다’라고 했지. 그리고 이것저것 못하게 하겠다는 걸 다 사람들에게 드러내며 했지. 그런데 말이지, 소련군이 어땠는지 아나? 고향 마을에 들어온 소련군은 사람을 총으로 쏴죽이고 강간하고 귀중품 뺏어가는 강도짓하고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어.

남북분단의 원흉이라면 아마 이 대통령의 1946년 6월 ‘정읍발언’을 두고 말하는 것 같은데 맞지? 이것도 기도 안차는 얘기야. 1946년 2월에 이미 북한은 소련이 짜준 대로 나라를 만들었다. 북한 김일성과 달리 이 대통령은 김구와 함께 신탁통치를 반대했어. 미국까지 가서 우리 민족은 신탁통치를 반대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그러자 UN이 선거를 통해 한반도에 국가를 만들자고 했는데 북쪽으로 38선을 못 넘어가게 한 사람들이 누구였지? 이봐, 대한민국은 선거를 통해 태어난 나라야. 1948년 5.10총선거 치르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고.

-현 정권의 역사 인식이 우리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씀이시네요. 대북 인식이 특히 문제라는 거죠?

=사람은 누구나 열심히 노력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단 말이야. 여기에는 먼저 국민 행복의 울타리인 국가가 제대로 있어야 해.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실세 정치인이었다가 통일부 장관이 된 이인영이란 사람은 ‘전쟁 중에도 평화를 외쳐야 한다’는 괴상한 말을 하고 있어. 그럼 누군 전쟁광이냐? 전쟁 나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울 군인들은 쳐들어온 적과 싸우게 되면 승리를 외쳐야 하고, 응당 지도자란 사람들도 그래야 할 것 아닌가. 세상에 전쟁 중에도 평화타령이라니.

우리나라 좌파는 ‘인민공화국파’야. 이북에 아무리 황금을 갖다 줘도 북한은 핵을 절대 놓지 않아. 김일성에서 내려오는 3대에 걸친 전체주의 독재체제를 지탱하려고 핵을 갖겠다는 것인데 어떻게 자진해서 저들이 핵을 포기하겠나. 지금이 6·25이래 대한민국 최대 안보위기야. 김정은은 이제 핵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겁박할 거고 좌파들은 평화를 외치며 복종하겠지.

잠잠하다가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좌파들이 확 올라와. ‘1국2체제’ 연방제 바라는 사람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라니 여기서부터 문제지.

-선생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6·25전쟁 기념식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으셨지요.

=문재인 정권은 나쁜 사람들이야. 6.25 기념행사를 밤에 하다니. 조명 연출을 잘했더라고. 문재인 대통령 돋보이게 탁현민인가 하는 사람이 쇼한거잖아.

-서울공항에서 밤늦게 행사하겠다는 이유를 사전에 못 들으셨어요? 청와대와 보훈처는 “더운 날씨에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고령의 참전유공자들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와 더위 때문이라는 것인데요. 그리고 불만스런 행사에는 왜 참여하셨어요.

=나는 해군과 국방부에서 참여 요청이 들어오니까 가겠다고 했어. 또 기념식을 사상 처음으로 밤에 한다길래 6.25전쟁 국군전사자들의 유해가 비행기로 실제 봉환되는 시점이 그 때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미국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에서 받기로 한 147구의 유해는 6.25 기념행사 하루 전날인 24일 오후 대낮에 이미 인천공항으로 다 들어왔어. 미국이란 나라도 대통령이 국내로 들어오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미리 나가 기다리고 있다가 맞이해. 상식적으로 봐도 나이 든 부모가 먼 데서 비행기 타고 입국한다고 하면 자식들이 공항으로 마중 나가려고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은 순전히 쇼하려고 전날 오후에 봉환된 유해를 서울공항 비행기를 배경으로 조명 연출해가며 행사장에 하나씩 진열하고 “예우를 다해 모실 수 있어 영광”이라니.

-‘연평해전’으로 목숨을 잃은 故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씨와 천안함생존자전우회의 회장인 전준영씨를 남달리 생각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좌파들은 북한 책임론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거나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등의 주장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6.25가 남침이라는 사실도 무려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서야 명백하게 밝혀졌어. 김영삼 대통령이 1994년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옐친 대통령이 남침계획이 담긴 극비문서를 받아왔지. 그래도 여전히 북침설을 계속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어.

연평해전도, 천안함도 모두 인민군이 우릴 때린 게 확실한데 좌파들은 거짓말을 해. 국제조사단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도 일부 좌파들은 아직도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결국 이 사람들에게는 ‘대한민국은 태어나선 안 될 나라’라는 거야. 그러니 이런 주장을 계속 하고 있는 거지.

-연평해전이 있었던 1999년 6월 당시 TV를 보시다가 아드님과 함께 인천 제2함대를 불쑥 찾아가셨다고요?

=내가 TV로 보고 ‘아, 정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다’ 싶어 우리 둘째 애(최재형 감사원장)가 법원에 있을 때 전화로 “너 바쁘니?”라고 물었어. 우리 애가 시간이 있다고 해서 데리고 가는 길에 수박 30통을 사서 장병들에게 주고 왔지.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원들에게 당시 일화를 말해줬다는데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교전수칙으로 우리 해군은 북한 함정이 NLL을 침범해도 경고방송만 하거나 북한 함정을 직접 선체를 충돌하는 방법으로 밀어내는 수밖에 없었어. 격려 차원의 방문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해군의 사기가 걱정되기도 해서 제자이자 후배인 2함대 사령관에게 “대원들 사기는 어떠냐”고 물었어. 사령관은 “맹렬히 짖으면서 사냥감을 향해 달려들려고 하는 사냥개들의 끈을 잡고 있는 기분입니다”라고 답했지. 사냥개가 사냥감을 바로 물까봐 자기가 끈을 꼭 잡고 있어야 된다는 얘기야. 나는 크게 안심이 돼서 “좋아, 이런 정신으로 NLL 지키면 남해바다까지도 끄떡없다!”라고 외쳤지.

-최재형 감사원장이 탈원전 감사를 하겠다고 밝혀 현 정권으로부터 고초를 겪고 있죠.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애초에 걔가 하겠다고 한 게 아니라 국회가 2019년 9월 30일 감사원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타당한 지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지 않았어? 국회가 감사를 해달라고 하니 하면 되는 거야. 아니면 국회가 도로 감사 요구를 철회하든가. 윤석열이니 누구니 할 것 없이 공무원은 법과 원칙에 따르기만 하면 그뿐이야.

최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가 진척이 없자 지난 4월 20일 국장급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그는 이날 실·국장들에게 “그 당시 사령관이 느꼈던 그러한 분위기가 우리 감사원에도 필요하다”며 “원장인 제가 사냥개처럼 달려들려 하고 여러분이 뒤에서 줄을 잡고 있는 모습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감사원은 검은 것은 검다고, 흰 것은 희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검은 것을 검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시비곡직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최 감사원장의 강직한 태도는 난데없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진 게 아니었다. 한평생 신생 독립국가인 대한민국을 위해 살았던 최 예비역 대령도 이날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불편부당(不偏不黨)하고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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