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 풀고 과거 아닌 미래 향해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되길"
"5월 정신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행동에 우리당은 엄정한 회초리를 못 들었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수 없어...당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과"
폴란드 찾아 무릎 꿇었던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 언급..."작은 발걸음이라도 나아가라는 빌리 브란트 충고 기억"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었다. 김종인 위원장은 19일 "5.18 민주 영령과 광주 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부끄럽고,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제 미약한 발걸음이 역사의 매듭을 풀고 과거 아닌 미래 향해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그동안 여러 기회 통해 과정과 배경을 말하며 용서를 구했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 군사정권을 반대했던 국민들에게는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한 후 일어나며 비틀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한 후 일어나며 비틀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다시 한번 이에 대해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영령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일어서는 과정에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여든의 고령이다.

김 위원장은 "위법행위에 직접 참여한 것도 문제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은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이다. 역사의 법정에서는 이것 또한 유죄"라고 했다.

또 "1980년 5월 17일 저는 대학 연구실에 있었다. 시위가 중단될 것이라는 방송을 듣고 강연에 열중하고 있었다"며 "광주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에 알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위원장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 총칼에 할머니를 잃고, 학살을 피해 밤바다 거처를 옮기며 지내야했다. 바람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 쫓기는 자의 공포, 고립된 자의 좌절을 알고 있다"며 "1980년 광주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 후 호남 주민들이 겪었을 고립과 슬픔도 그런 감정 못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행동에 우리당은 엄정한 회초리를 못 들었다. 일부 정치인들까지 그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엄연한 역사적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의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광주에) 너무 늦게 찾아왔다"며 "벌써 일백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하는데 이제야 첫걸음을 뗐다"고 했다.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는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소중한 양대기둥이고 어느 하나도 간단히 부정할 수 없다"며 "그렇게 자랑스런 역사 과정에 적지 않은 희생과 고통이 따른 것도 사실이다. 역사의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가장 이상적으로 완성되지만,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대할 수 없는 형편에서 그 시대를 대표해 제가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했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당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 (DPA=연합뉴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당시 서독의 빌리 브란트 총리가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모습. (DPA=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끝으로 독일 나치 정권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은 폴란드를 찾아 무릎을 꿇었던 고(故)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를 언급하며 화해와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나아가는게 하나도 안 나가는 것보다는 빌리 브란트의 충고를 기억한다"며 "5.18 묘역에 잠든 원혼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께 깊은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미약한 발걸음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나가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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