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前비서실장 “피해자 호소 없었다”...성추행 방조 부인
피해자 측, 복수 공무원들에 인사이동 요청한 문자메시지 공개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여성 측이 공개한 '인사 고충'과 관련 서울시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 /한국여성의전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2020.7.28/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부정하고, 시청 공무원들의 집단적 방조 의혹을 제기한 피해자를 비난했다. 이에 피해자 측은 피해자가 과거 수차례 시청 측에 인사이동을 요청하고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7일 오성규 전 비서실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 혐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오 전 실장은 입장문에서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고소인 측의 주장만 제시되었을 뿐,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고 했다. 이어 “도대체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몰랐던 일을 어떻게 묵인하거나 도울 수 있단 말이냐”며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했다거나, 조직적 은폐를 했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이고, 공세”라고 했다.

이어 “고소인 측이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하며 박원순 시장과 함께 시정(市政)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 살해하고, 서울시의 명예를 짓밟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고소·고발인 측이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가 ‘고소인 측 주장을 다툴 사람(박 전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과 ‘비서실 직원들로선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뒤에는 “원하는 사람은 6개월이든 1년이든 예외 없이 전보시켰는데, 본인이 원치 않았다”고 했다. 오 전 실장은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박 전 시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이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일부.

그러자 피해자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4년 동안 20여명의 관계자에게 고충을 호소했다”며 오 전 실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일부 관계자들이 피해자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내용 전체를 삭제하거나 텔레그램에서 탈퇴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그간 수사기관 등에 제출했던 증거를 언론에 공개했다. 증거는 피해자가 박 전 시장 비서로 근무할 당시 서울시 공무원들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었다.

이에 따르면 피해자는 2017년 6월 인사 담당 과장과의 면담 후 자신의 상사에게 ‘(과장이) 본인이 쫓겨나더라도 다음 인사 때는 (비서)실장님, 시장님을 설득해 타 부서로 보내주고 간대요’라고 보고했다. 이에 2019년 6월 동료 공무원에게서 ‘이번엔 꼭 탈출할 수 있기를’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피해자 변호인은 “도대체 서울시장 비서실은 어떤 곳이었길래 담당 과장이 ‘자신이 쫓겨나더라도 다음번에는 시장, 실장을 설득해서 인사이동 시켜주겠다’는 말을 했던 것이냐”며 “그간 피해자에게 어떤 반복된 호소나 강력한 바람을 들었기에 피해자에게 ‘이번에는 꼭 탈출하길 바란다’는 표현을 썼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 전 실장은 2018년 11월 인사검토보고서를 박 전 시장에게 보고했다가 승인받지 못하자, 시장실 밖으로 나와 인사 담당 직원에게 ‘시장님 의중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란 말이야’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여성 측이 공개한 '인사 고충'과 관련 서울시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 /한국여성의전화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여성 측이 공개한 '인사 고충'과 관련 서울시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한국여성의전화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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