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 측 “4년간 20명에 성추행 피해호소...모두 침묵”
오성규 “제3자로부터 전달받은 바 없다...상황 악의적 이용”
오성규 성추행 방조혐의로 고발당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후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가 서울시에 인사이동을 요청하거나 피해를 호소한 적 없다고 전 서울시 비서실장이 주장했다.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당한 오성규 전 실장은 17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오 전 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고소인으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피해 호소나 인사이동을 요청받거나, 제3자로부터 그러한 피해호소 사실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 최근까지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명에 달하는 비서실 직원들 누구도 이러한 피해호소를 전달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고소인 측이나 고발인들이 이렇게 무리한 주장을 하는 이유가 ‘고소인 측의 주장을 다툴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상황’과 ‘비서실 직원들로서는 실체를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당한 오성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조사를 마치고 서울지방경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8.17/연합뉴스

아울러 “지금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인 측의 주장만 제시되었을 뿐, 객관적 근거를 통해 확인된 바는 없다”며 “도대체 몰랐던 일을 어떻게 묵인하거나 도울 수 있단 말이냐. 서울시 관계자들이 방조했다거나, 조직적 은폐를 했다는 주장 또한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이고 공세”라고 주장했다.

또한 “고소인 측은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것도, 모르고 침묵하는 것도 2차 가해라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침묵을 강요했다”며 “박원순 시장과 함께 시정에 임했던 사람들을 인격살해하고, 서울시 명예를 짓밟고 있다. 만약 그 당시 고소사실이 존재하고, 이를 저나 다른 직원들이 알았다면 침묵이 아니라 고소인을 도와 절차대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을 확신한다”고 했다.

오 전 비서실장은 “피해자 중심주의가 전가의 보도가 되었다”며 “고소인 진술 하나만 있으면 아무런 근거가 없어도, 같이 근무한 사람들까지 주변에서 일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압박에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은 어디에서 구할 수 있나? 너무도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망 이후에도 심각하게 명예를 훼손당하고 있다. 유족의 고통까지 고려한다면 해도해도 너무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회적 약자들을 가장 먼저 존중하고, 사회 혁신을 위해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며 “공이 크다고 과를 덮어서는 안 되지만, 과가 있다고 하여 생에 전체를 폄훼해서는 안 될 것. 존재했던 그대로가 역사”라고 강변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2020.7.28/연합뉴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2020.7.28/연합뉴스

한편 고소인 측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에서 “4년간 최소 20명의 서울시청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을 직간접적으로 알렸으나 이들 모두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고충을 인사 담당자에게 언급하고 직장 동료에게 텔레그램 대화 내용, 박 전 시장이 속옷 사진 보낸 것 등을 보여주며 호소했다”며 “그런데 담당자들은 ‘남은 30년 공무원 생활 편하게 해줄 테니 다시 비서로 와 달라’, ‘(박 전 시장이) 뭘 몰라서 그랬겠지’, ‘예뻐서 그랬겠지’ 등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인사이동과 관련해선 시장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라’는 말도 했다. 성적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는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며 이 같은 행위가 방조 혐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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