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규제 이어 향후 신용대출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신용대출 급증
국내 5대 은행들에서 나간 전세자금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넘게 불어나며 1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 3법 등으로 인해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대출도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들이 보유한 전세대출 잔액은 총 94조7296억원으로 지난해 말(81조3058억원)보다 16.5%(13조4238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의 전세대출은 지난해 말 19조3921억원에서 22조7201억원으로 17.2%(3조3280억원) 증가했고, 국민은행은 16조2486억원에서 19조3012억원으로 18.8%(3조526억원) 늘었다. 농협은행은 15조5656억원에서 19조1823억원으로 23.2%(3조6167억원) 증가,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역시 14조4883억원에서 17조9560억원으로 23.9%(3조4677억원) 늘었으며, 우리은행은 15조6112억원에서 15조5700억원으로 전세대출이 다소(0.3%·412억원) 감소했다.
한편 강도높은 전세대출 규제로 인해 신용대출도 급격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1조488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던 신용대출 증가 폭은 이달에도 5대 주요 은행에서만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대출은 지난 6월 한달간 2조8374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7월에도 2조6760억원이 늘었다.
급격한 신용대출 증가는 주택관련 자금 수요가 커진 탓으로 보인다.
한은 지난 12일 "6·17 부동산 책 직전 활발했던 아파트 거래의 매매대금, 지난달 늘어난 수도권 아파트 분양의 계약금, 최근 전셋값 상승에 따른 자금 수요 등이 신용대출 증가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신용대출 금리도 영향을 끼쳤다.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업계에선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경쟁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5대 은행에서 7월 실제 집행된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38∼2.85%에 불과하다. 일부 은행에선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권에선 신용 1∼2등급의 직장인 상당수가 일반적으로 주담대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현상은 사실상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일각에선 주택담보대출이 막히면서 정부가 향후 신용대출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전망이 신용대출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