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진입불허‘ 경찰, 인간띠까지 둘렀지만 보수시민에 밀려나
회사원, 소상인, 탈북민, 전 의원, 의사, 학생 사회각계 시민 참가
저지선 좁히려는 경찰, 밀어내려는 시민 사이에 수차례 충돌
경찰버스 사이에 껴 다친 남성, 목 다친 여성 등 부상자 발생도
집회 종료 후 일부 시민 청와대 앞으로 이동하며 경찰과 재충돌
스타렉스 몰던 남성, 경복궁역 인근서 시민들에 돌진...경찰 조사중

8월 15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가 거행됐다.

고함, 사람 부르는 소리, 항의하는 소리, 앰프 소리, 경찰들 명령 소리, 광화문광장의 소란이 다시 시작됐다. 간혹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의 분노와 흥분, 여름 장마의 후텁지근함이 뒤섞여 공기는 무거웠다. 지난 4·15 총선 이후 보수 시민은 분노심을 말로만 표현해왔다. 그러나 이날을 기점으로 행동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집회금지명령을 내렸지만 전날 대부분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종로구 동화면세점, 중구 을지로입구역 등 2곳에서 개최가 가능해졌다.

15일 광화문광장 내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준비가 진행되는 가운데 경찰이 일반 시민의 광장 출입을 막기 위해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다./촬영=박순종 기자

11시.

비상소집된 경찰 병력이 곳곳에 차벽과 바리게이트를 치고 광화문광장에의 진입을 불허했다. 일부 병력은 저지선을 연결하기 위해 팔목과 팔목을 교차해 스크럼을 짰다. 인근 세종문화회관 계단 등 집합할 수 있는 장소라면 모두 통제에 나섰다. 집회가 진행되기 전 일부 시민이 야유해 보지만 저지선은 일견 견고해 보였다. 주변에서 간간히 항의하거나 머뭇거리듯 따지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그러나 오후 1시께 동화면세점과 을지로입구역, 두 군데를 통해 인파가 본격적으로 몰려들더니 광장을 둘러싼다. 누군가 애국가 한 소절을 부르자, 일순 수많은 목소리들이 부르짖는다. 그 속에서 시민들과 경찰이 뒤엉키고, 1시 50분께 저지선이 붕괴됐다.

동화면세점 앞 100명 규모로 신고한 일파만파 단체 참가자는 5000명이 넘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은 경복궁역 인근 집회 금지처분을 받았지만, 대부분 광화문의 다른 집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단체에 속하지 않고 광장에 발길을 옮긴 시민이 훨씬 많았다. 

12시 - 15시.

8·15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회사원, 소상인, 탈북민, 전 의원, 의사, 학생, 인부 등 사회 각계의 시민이 단상 위에 올랐다. 수많은 시민이 서로 비집고 교차하는 거리 위로 소나기가 세차게 내리지만, 단상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멀리까지 퍼진다. 17년 광화문 민심으로 권력을 잡은 이번 정부가 그동안 보인 자기과신, 그리고 거대 여당을 필두로 강행하는 '이상한'  독선적 행태에 실망한 국민들의 분노가 모아졌다.

주변의 시민들은 가두행진에 나섰다. 각자 손에는 나라가 니꺼냐, 문재인 파면한다 등 붉고푸른 피켓이 들려 있다. 경찰과 빚은 충돌 직전의 긴장은 다소 누그러졌다. 여러 군데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연설 소리를 좇아 이동하는 시민들, 인근 건물 계단에 자리를 잡고 운집한 시민들로 빗속 세종대로는 가득하다. 그런 와중 대형 포스터가 공중 위로 솟구쳐 흔들린다. 붉은색 바탕에‘NO 더이상 못 참겠다, 공산주의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문구 위에는 붉은별을 단 인민군 장교 모자를 쓴 대통령 초상이 붙은 채다.

16시 - 18시

드디어 대부분의 시민이 청와대로 이동하면서 가두시위가 본격화됐다. 분산돼 있던 경찰 병력이 청와대로 가는 길목으로 집결한 뒤 경비대 버스 7~8대로 바리케이트를 쳤다. 독재 타도를 외치며 들어오는 시민들 접근을 막아선다. 청와대를 배수진으로 친 경찰 행렬은 아까보다 테세 수위가 높다. 일부 시민이 돌파를 시도하자 연이어 그를 따라 시민들이 손을 뻗어가며 저지선을 뚫으려 하고, 경찰은 그들을 끌어내리고 밀어내려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그 와중에 한 중년 남성이 경찰 차량 2대 사이에 끼는 사고가 발생한다. 가까스로 주변 도움을 받아 간신히 몸을 빼낸 남성은 비에 젖은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다. 구두 한짝과 태극기가 썰렁하게 나뒹군다. 몰려든 시민들이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며 항의하는 가운데 구급차가 와서 남성을 싣고 간다. 한때 사망설도 돌았던 이 사고의 진상은 당사자가 찰과상을 치료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시 - 21시

교통이 통제된 청와대 앞에서 일부 시민은 끝까지 자리를 잡고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거듭해서 해산을 요구하지만 이내 시민들의 함성과 아우성에 묻히는 양상이었다. 경찰은 수십 대의 구급차를 동원, 사이렌을 틀어 대응에 나섰다. 이 와중에 경복궁역 인근에선 검은색 스타렉스를 모는 운전자가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돌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없었다. 해당 운전자 남성은 사랑채 인근 검문소에서 체포돼 조사받았다. 남성의 신원, 소속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다.

일부 시민이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출처=영우방송TV
검은색 스타렉스를 모는 남성이 경복궁역 인근 시민들을 향해 돌진했다. 부상자 등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출처=너만몰라TV
일부 시민이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저지하고 있다./출처=영우방송TV

22시 30분. 결국 경찰은 해산하지 않으면 주동자를 색출해 현행범 체포하겠다고 경고한다. 일부 시민이 다시금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고 양측이 충돌한다. 한 여성이 목을 다치는 사고가 있었고, 일부 시민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93개 중대 8천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세종대로와 종로, 사직로, 남대문로 등 주요 도로의 교통이 한때 통제됐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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