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검찰의 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10개월동안 국가권력이 총동원된 '이명박 죽이기'다"
검찰,19일 이명박 前대통령 영장청구..."증거인멸 우려 있다"
MB 구속되면 1년새 전직 대통령 2명 잇달아 구속
각계서 검찰의 '정치 보복 수사' 비판 나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일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전 피의자를 심문하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해 '이명박 죽이기'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결정도 검찰이 주장하는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날 저녁 발표한 입장 자료를 통해 "검찰의 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후 10개월동안 국가권력이 총동원된 '이명박 죽이기'다"라며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MB 비서실은 또 "이미 예상한 수순이지만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날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4일 이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한 지 5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는 이날 오후 5시 30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가법상 뇌물, 특경법상 횡령, 특가법상 조세포탈, 특가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이다. 영장만 해도 별지를 포함해 207쪽에 달한다.

검찰은 "개별적인 혐의내용 하나하나만으로도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라며 "범죄 혐의들이 계좌내역이나 장부, 보고서, 컴퓨터 파일 등 객관적 자료들과 핵심적 관계자들의 다수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혐의의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는 데다 증거인멸과 말 맞추기 우려가 높아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통상의 형사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과 같은 기준에서 똑같은 사법 시스템에 따라 처리해야 된다고 봤다"며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은 이런 사건에 대해 구속 수사해왔고, 최종적 지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형평성' 문제도 언급했다. 이 범죄 사실 중 일부 혐의와 관련된 종범(從犯)과 실무자급 인사도 구속돼 있어 주범(主犯)인 이 전 대통령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며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핵심 혐의중 하나인 자동차 부품회다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의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설립 과정의 자금 조달 문제, 의사결정 문제, 회사 운영의 주요 결정 문제를 고려했을 때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주말 동안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해 왔다.

수사팀 내부에서 전직 대통령이라는 신분을 고려 하더라도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돼, 문 총장은 고민 끝에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만약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1년새 전직 대통령이 두 명이나 구속되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됐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는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4번째가 된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영장 청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말 동안 법원 심사에서 소명할 쟁점 등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계속 추가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당초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수뢰 혐의를 조사한 100억원대 사건 외에,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직전 서울의 대형 불교 교육 기관인 능인선원 주지인 지광 스님으로부터 불교대학 설립 편의 등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지광 스님을 만나 돈을 받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광 스님도 검찰에 출석해 이 전 대통령 측에 돈을 건넨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검찰의 MB 관련 수사를 두고 '정치보복수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차명진 전 의원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이 MB의 영장을 청구하며 '박 전대통령 범죄보다 가볍지 않다', '선거 전에 발각됐다면 당선무효 사안이다'고 말하며 두 전직 대통령의 범죄를 기정사실화하고, 정치적 해석까지 했다"며 "가히 여당 대변인급 수사다. 이래서 정치검찰이라 하고 정치 보복 수사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도 "중국의 시진핑이 국가감찰위원회를 청설하고, 러시아의 푸틴이 KGB와 테러를 동원하고, 독일의 히틀러가 비밀경찰을 동원하듯이 한국에서는 정적을 처벌하는데 정치 검찰을 동원하고 있다"며 "'파헤치고, 털어서' 나오는 범죄를 조사한다는 것은 실로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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