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 시작에서 합의까지 1년 6개월 정도 걸려...올해 1월 이후 교섭 급물살 탔다"
도널드 트럼프 美 대통령 "역사적 외교 성과...번영하는 중동 건설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아랍의 여러 나라들이 우리와 국교 정상화에 나서기를 바라"
'이스라엘 對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지원하는 아랍 제국'...중동의 기본 정치 구도 와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양국이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개로 이뤄진 이스라엘과 UAE 양국 간의 국교 정상화는 이란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아랍 제국(諸國)’이라는, 중동 지역의 기본적인 정치 지형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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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의 중개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양국 간의 국교 정상화가 합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사진=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 UAE가 13일(미국 현지시간) 발표한 공동성명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UAE 양국은 국교를 정상화하고 상대국에 대해 대사관을 설치하고 대사를 임명하는 데에 합의했다. 또, 양국의 대표단이 수 주 내로 회담을 열고 투자·안전보장·통신·에너지·직항편 등의 여러 분야에서 이스라엘·UAE 양국 간 관계 강화에 합의한다는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스라엘과 UAE 사이의 국교 정상화를 중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두고 ‘역사적 외교 성과’라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합의 내용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다 평화롭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중동을 건설하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라며 “아랍 제국(諸國·여러 나라) 내지 이슬람권의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같은 날 밤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아랍 세계와 새로운 관계를 새기는 날”이라는 표현으로 이번 합의 내용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합의의 결과 이스라엘 측은 요르단강 서안(西岸)에서 진행중인 유대인 정착촌 병합 작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두 나라 사이의 국교 정상화 합의가 이뤄지기까지는 교섭이 시작된 때로부터 약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다고 백악관 측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제러드 쿠슈너 미국 대통령 상급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섭은 1년 6개월 전부터 시작됐으며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동평화안을 공표한 후 가속화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UAE 간 국교 정상화 합의 도출을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에 대적하는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아랍 제국(諸國)’이라는, 지금까지 보편적 상식이 돼 온 아랍의 기본적인 정치 구도를 변화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국민 앞에서 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스라엘과 UAE의 국교 정상화 합의에 대해 이란 정부 측은 아직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이지만, 이란의 주요 매체 중 하나인 타스님통신은 이스라엘과 UAE 간 국교 정상화에 대해 “부끄러운 합의”라는 표현으로 부정적인 논평을 내놨다.

이스라엘과 분쟁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강하게 거부한다”며 “UAE를 포함해 제3자가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해 말할 권리가 없으며, 우리는 아랍 제국(諸國)이나 이슬람의 여러 나라들에 대해 긴급 회합 개최를 요구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스라엘과 UAE 양국 간의 결합은 이란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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