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칼럼] 일본 방위상(防衛相) 고노 다로를 보며 드는 단상(短想)
[박상후 칼럼] 일본 방위상(防衛相) 고노 다로를 보며 드는 단상(短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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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8.12 15:39:41
  • 최종수정 2020.08.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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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같은 인재를 가진 일본이 너무나도 부럽다. 우리가 퇴행적이고 과거지향적 병리현상에 빠져 있는 동안 일본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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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은 지난 4일 적(敵) 기지에 대한 공격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논의와 관련해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의 이해(理解)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하게 답변했다.

“중국이 미사일을 증강하고 있는데 무슨 그런 이해가 필요한가, 또 우리나라(일본)를 방위하는데 왜 한국의 이해가 필요한가?”

필자는 고노 다로의 기자회견을 접하고 중공(中共)이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방위로 압박해왔을 때 무기력했던 우리 정부의 대응을 떠올렸다. 고노 방위상이 대답한 상황과 같았기 때문이다. 중공이 한반도를 겨냥해 설치한 전략미사일이 얼마나 많은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배치에 어째서 눈치를 봐야 했을까?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가가 맞는가, 하고 말이다.

외무상(外務相)을 거쳐 방위상이 된 고노 다로를 보고 있노라면 일본이 부럽기만 하다. 자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그의 스탠스는 너무나도 당당하다.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맺고 중공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국방 책임자인 그의 행보에 일본인들은 쾌재(快哉)를 부르고 있다. 그가 “남중국해에서 중공이 현상(現狀, status quo)를 바꾸려 한다면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자 일본인들은 “일본에는 역시 고노 다로가 있다. 차기 총리는 이미 예약돼 있다”며 환호했다. 지금은 미국 편으로 완전히 돌아섰지만, 한때 중공에 유화적이었던 아베 신조 총리와 비교되면서, 일본인들이 더욱 그에게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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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역내에서 미국과 연계하면서 중화민국(대만)·인도, 그리고 영연방 정보공동체 연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 국가와의 연대로 대중(對中)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특히 앵글로 색슨의 정보공동체 ‘파이브아이즈’에 고노 다로 방위상이 참가 의사를 밝히자 영국은 이를 환영하고 나섰다.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로 이뤄진 ‘파이브아이즈’의 일본 참가는 메이지 유신 시절 탈아입구(脫亞入口)의 ‘2.0 버전’이라고 필자는 규정한다.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파이브아이즈’ 참가는 대단한 외교적 성과다. 한국은 과거에 얽매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 하고 있는데 반해, 일본의 보폭에는 거침이 없다. 일본은 과거 러시아에 대항해 영국과 맺은 영일동맹을 지금 성공적으로 되살리고 있다. 일찍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당시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五典) 일본 방위상은 메이 총리에게 호위함 이즈모(出雲)를 소개했다. 구(舊) 일본제국 시절 함선이었던 이즈모가 영국산 순양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영국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또,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는 아베 총리 부부가 직접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이즈모함과 동급(同級) 경항모인 카가(加賀)로 안내했다. 카가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드웨이 해전에서 침몰한 구 일본제국 해군의 항공모함 카가의 선명(船名)을 계승한 것이다. 만일 한국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일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공은 남중국해와 함께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에 대해서도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소위 해상민병(Maritime Militia)라고 불리는 어선을 앞세운 해경국(海警局) 순시선이 센카쿠 열도 주변 해역에 출몰하자 일본은 일전(一戰)을 불사(不辭)하겠다고까지 밝힌 상태. 일본·오키나와·센카쿠·대만을 잇는 선(線)은 중공이 제멋대로 설정한 제1도련선(島連線)을 막는 최전방이다.

중공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고노 다로 방위상은 며칠 전 항공자위대 기지를 방문해 파일럿 수트를 착용하고 F-2 전투기에도 탑승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에 앞서 육상자위대 기지에서는 구호를 외치며 직접 모의 공중낙하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보통의 한국 정치인들이 소위 보여주기식으로 군대를 방문해 일종의 쇼를 했다가 비웃음을 사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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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5일 일본 항공자위대 미사와(三澤) 기지를 방문한 고노 다로 방위상의 모습. 당시 그는 수트를 입고 전투기에 올랐다.(사진=일본 방위성)

아베 총리가 기용한 고노 다를 보면 그들의 인사가 부럽기만 하다. 고노 다로는 역사관(歷史觀)에서 아베 신조를 사사건건 비판해 온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前) 중의원 의장의 장남이다. 주변에서는 요헤이의 아들을 입각(入閣, 내각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시켜도 되겠느냐고 걱정하기도 했지만 아베 신조는 “고노 다로는 국제감각이 뛰어난 인재로써 아버지와는 다를 것”이라면서 그를 과감하게 발탁했다.

1963년생인 고노 다로는 서구의 정치인들과 비교해 그리 젊은 편은 아니지만 노정객이 많은 일본 정계에서는 신선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고노 다로는 게이오기주쿠대학(慶應義塾大學)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국에 건너가 조지타운대학에서 비교정치학을 전공했다. 조지타운대학 재학중에는 나중에 미 국무장관이 된 매들린 울브라이트의 세미나에도 참가하고 미 의원들의 캠프에 들어가 자원봉사와 인턴을 하면서 워싱턴 정가의 메커니즘을 경험했다. 조지타운대학은 빌 클린턴과 압둘라 요르단 국왕의 모교다. 특히 외무상 재직시에는 중동의 개인적 연고를 살려 사우디 아라비아,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모로코까지 상대로 외교를 무척 활발하게 벌였다. 그래서 그에게는 ‘아랍이 좋아하는 사무라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고노 다로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교환학생으로 수학한 경험도 있다. 그에게는 당시 가택 연금중인 레흐 바웬사 자유노조위원장을 방문했다가 체포돼 구치소에서 하루를 지낸 에피소드도 있다. 고노 다로는 외국 유학시절 다양한 경험을 거쳐 민간기업의 사원, 그리고 정부에서는 규제개혁, 소비자 식품안전, 방재담당 특명담당 대신, 법무성 부대신(副大臣, 우리나라의 ‘법무부 차관’에 상당) 등을 지냈다. 성격도 활달하며 각 분야의 전문지식도 있어 원자력·해양·환경에 대해서까지 막힘없이 정책을 설명할 정도다.

얼마 전 국내 매체들은 그의 집무실에 한반도 지도가 걸려 있다고 해 이른바 ‘논란’기사를 앞다투어 게재했는데, 사실 집무실 한편에는 중동 지도도 있었다. 한마디로 촌극이었던 것. 국제문제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지도는 필수 아이템이다. 과거 구(舊) 소련의 냉전 외교를 주도했던 안드레이 그로미코가 종종 세계지도를 바라보며 상상에 잠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필자는 고노 다로와 같은 인재를 가진 일본이 너무나도 부럽다. 우리가 퇴행적이고 과거지향적 병리현상에 빠져 있는 동안 일본은 명실상부한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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