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30회 언급하면서도 공모 입증 못해
공소장 내용 친여매체 보도와 거의 흡사
녹취록에 없는 부분도 공소장에 집어넣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하면서 작성한 공소장은 친여매체의 ‘검언 유착’ 의혹 보도와 흡사한 내용으로 채워진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총 23페이지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 연루 가능성에 주목, 취재 목표를 세우면서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협박성 취재를 했다고 적시돼 있다.

중앙지검은 이 과정에서 이 전 기자가 취재에 착수한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 3월 22일까지 한 검사장과 전화 15통, 보이스톡 3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모두 327회에 걸쳐 소통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3월 22일 취재 상황이 MBC 등을 통해 공개되자 이 전 기자가 취재를 중단했다고 했다. 공소장에 한 검사장의 이름은 30회 언급됐다.

그러나 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의 공모 내용은 입증하지 못했다.

중앙지검은 공소장에 “‘(이 전 기자가) 요즘에 신라젠 이런 거 알아보고 있다, 취재 목표는 유시민이다, 유시민도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000만원씩 받지 않았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하자 한동훈은 ‘주가 조작의 차원이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고 썼다.

이 사건에 한 검사장이 연루됐다고 검찰이 주장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앙지검 자의로 대화를 비틀어 해석했다는 법조계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이 전 기자의 대리인 주진우 변호사는 “누가 봐도 취재를 잘해보라는 덕담이지 협박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실제로 ‘부산고검 녹취록’에서 이 전 기자가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라고 하자 한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며 "그 사람 (이제) 정치인도 아니지 않으냐”고 답했다. 이에 이 전 기자가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라고 했지만 한 검사장은 “관심 없다.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냐”고 일축했다.

아울러 중앙지검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지 않은 가상의 부분을 공소장에 집어넣기도 했다.

중앙지검은 공소장에서 “피고인 이동재는 ‘그때 말씀하시는 것도 있고,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백OO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철의 와이프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고, 피고인 백OO도 '시민 수사를 위해서 취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하자 한동훈은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하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 검사장의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발언은 녹취록에 없었다.

중앙지검은 이 전 기자가 취재를 위해 검찰과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한 정황도 공소장에 적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2월 12일 대검 공보관을 찾아 “신라젠 관련해 취재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포인트로 취재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2월 14일에는 신라젠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을 만나 “신라젠 수사검사는 몇 명인지 궁금하다, 이 전 대표가 착복한 돈이 유시민 등 여권 핵심 인사에게 갔는지를 찾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공소장엔 대검 및 남부지검 공보관들이 이 전 기자의 취재에 협조했는지는 적히지 않았다. 당사자들은 “이 전 기자에게 취재 방향에 대해 조언한 적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결국 중앙지검은 지난 5일 이 전 기자와 후배 백모 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도 한 검사장과의 공모내용은 공소장에 포함하지 못했다. 수사팀 내부 부부장급 이하 검사 전원이 한 검사장의 공모 혐의 처리에 반대하면서 막판 철회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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