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 낮아...”
“트럼프, 북한에 재선에 방해될 행동 하지 말라는 신호 보내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북한과 신속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대선 전 미북 3차 정상회담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선에서 이길 경우 북한과 매우 신속하게 협상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재선 이후 북한과의 협상을 우선 과제로 공식화하는 한편 대선 전에는 북한과의 협상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상황 인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시사한 발언”이라며 “당분간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실험을 하지 않는 정도의 상황 관리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고 본격적인 대화는 재선이 되면 하겠다는 일반론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도 VOA에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를 놓고 미국과 북한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대선 전 정상회담 가능성을 한층 떨어뜨리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이후 우선과제로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언급한 것은 자신만이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바탕으로 정상 간 합의를 통한 이른바 ‘탑 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북한의 도발을 방지하는 상황관리 차원의 메시지”라고 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향후 북한과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오는 11월 대선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10일 VOA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이란, 중국과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으며 이번에는 협상이 성공적임을 암시한다”며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협상 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계속해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선거 전까지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일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 즉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대 대북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를 맺으려 한다면 주로 미국이 양보해야 하는데 이는 미국의 국익을 희생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될 경우에만 북한이 긍정적인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발언이 매우 흥미롭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자신의 재선에 방해가 될 행동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문제는 현재 미국에 우선적인 외교 현안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발언은 선거용”이라며 “현재 진지한 대북정책은 없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보통 미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린다”며 “북한으로부터 주목할만한 행동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선 전 미북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견해도 있다.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6월 대남 공세와 7월 대미 메시지 공세 이후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수해까지 겹친 ‘3중고’에 시달리면서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 폐기 이외 추가적인 협상안을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럴 경우 대선 판도에서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전격적으로 만남에 응할 수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