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북핵 소형화 성공이 ‘놀라운 소식’인가
[김태우 칼럼] 북핵 소형화 성공이 ‘놀라운 소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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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는 괴력의 종말무기..."북한은 보유했고 한국은 없다"
한국군과 미군의 핵 방어망은 턱없이 미흡하고 급속히 무력화되고 있어...
한국은 '핵악몽'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 신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지난 8월 3일 공개된 유엔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미사일용 소형 핵폭탄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엔의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패널이 작성하여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 실험용 경수로 건설, 방어망 돌파를 위한 다탄두 시스템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고 ”북한이 원하면 3개월 이내에 핵실험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았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북핵을 주시해온 북한 워처(North Korea watchers)들은 오랫동안 자료실에 쌓여 있던 구문(舊聞)을 꺼내 기사 한 줄을 읽은 느낌이 뿐이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첩보에 의존하기보다는 드러난 정황들을 토대로 현실을 추정하고 상대의 향후 행동을 예상한다. 그것이 한계이기도 하지만 소임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유엔보고서가 전한 내용은 그토록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오랫동안 경고해온 ‘엄중한 사실’을 재확인시켜 준 것이기는 하나 ‘놀라운 새소식’은 아니다. 정작 놀라운 것은 북핵 위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상태에서 ‘실체 없는 평화’를 외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무신경증일 것이다.

엄중한 소식이지만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이 쉽사리 핵 및 미사일을 포기할 수 없는 구도에 갇혀 있음을 경고해왔고, 2018년초 북한이 평화공세를 펼쳤을 때에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정받는데 한국을 이용하는 것이 주 목적일 것으로 예상했었다. 물론 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이후 십여 차례의 대미·대남·대중·대러 정상외교를 현란하게 펼친 일년 반 동안에도 북한은 핵·미사일 공장들을 쉼없이 가동했고, 이에 부응하듯 한국 정부는 실질적 핵폐기라는 알맹이는 제쳐둔 채 평양 정권이 핵외교를 펼칠 밑자리를 깔아주는 일로 분주했었다. 평화공세가 불발로 끝나자마자 북한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이스칸데르 변칙기동 탄도미사일, 대구경방사포 등을 연달아 발사했다. 2020년 6월 4일부터 3주 동안에는 김여정을 앞세워 ‘대미협상을 통한 핵보유 인정’이 달성되지 못한 책임을 한국에게 묻는 대남비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정보기관들이 북핵의 숫자를 ‘60개 이상’으로 추정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보수적인 추정치를 제시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스톡홀롬평화연구소(SIPRI)도 2020년도 연감을 통해 ‘30~40개’라는 수치를 내놓았다. 당연히, 북한의 광기(狂氣)어린 핵활동들은 핵군사력의 양적·질적 증강과 함께 핵무기의 사용성(useability)과 신뢰성(credibility)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게 그들이 수십년 동안 해온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증거가 있느냐”라고 반문한다면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닐 것이다.

급속히 무력화되는 한국군의 핵방어망

미국과 핵전쟁을 할 것도 아니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을 개발하고 한·미군의 미사일방어망(MD)을 무력화할 핵병기 개발에 광분하는 것도 뻔한 이치다. 북한에게 있어 대남전략의 요체는 미국의 압박하여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과 한미동맹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 점을 상기한다면, 북한이 ‘핵 억제력’ 명분을 앞세우고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핵카드를 개발하는 이유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핵방어망을 돌파하는 전통적인 수단으로는 다탄두독립비행체(MIRV)와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SLCM)이 있다. 단일 미사일에 탑재된 다수의 핵탄두들이 어느 시점에서 분리되어 독립비행을 하는 MIRV 기술은 방어체계를 혼란에 빠뜨리며,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은 거리와 각도를 예고하지 않기 때문에 방어가 곤란하다. 방어방을 무력화시키는 신수단으로는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변칙기동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비행체(HCM, HGV)가 있다.

변칙기동 탄도미사일은 탄도미사일의 궤도를 벗어난 변칙궤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요격이 어렵고, 극초음속무기는 대기권 내에서 극초음속으로 좌우 및 상하로 기동하면서 목표물을 향해 날아오기 때문에 방어가 더욱 어렵다. 북한이 이미 수년 전부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해왔고 2019년에는 변칙기동 ‘북한판 이스칸데르’까지 선보인 것을 보더라도 북한이 한미 양국군의 방어망을 무력화하는데 진력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당연히 다탄두 시스템에 대해서도 역심을 내고 있을 것이다. 신냉전 구도 하에서 중·러·북 삼국이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보다 반발 앞서 개발 중인 극초음속무기 기술이 조만간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가진 종말단계 저고도 방어망(PAC-2)이나 미군이 운용하는 중고도 방어망(THAAD)이 충분하지 않다는 증거가 있느냐”고 반문한다면, 국가관리자로서는 무자격인 셈이다. 냉정하게 말해, 한국군이나 미군이 가진 방어망은 턱없이 미흡하며 급속히 무력화되고 있다

핵실험 문제도 그렇다. 북한이 2018년 5월에 보여준 것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입구를 파괴한 것 뿐이고 핵실험 갱도들이 파괴된 것을 확인한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면 짧은 시간 내에 핵실험을 할 수 있으로 봐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며,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비정상이다. 사실 북한이 2017년까지 실시한 여섯 차례의 핵실험은 적은 것이 아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98년 각각 5-6회의 핵실험을 일시적으로 실시한 후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나라들이 각종 핵무기들을 개발하여 배치·운용하고 있음은 세상이 다 안다. 북한의 경우에도 여섯 차례의 핵실험이 핵탄두 소형화를 위해서는 부족한 횟수라고 말할 수 없으며, 설령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원하면 다시 핵실험을 재개할 것이다.

‘핵 비대칭’이라는 엄중한 현실

핵무기는 단 한 발로 도시 하나를 절멸시키는 괴력을 가진 종말무기(doomsday weapon)이다. 북한에게는 이것이 있고 한국에게는 없다. 이 엄중한 비대칭 상태를 그대로 두고는 적화통일은 있을 수 있어도 자유민주 통일은 없으며, 굴종 상태의 ‘저질(低質) 평화’는 가능해도 상호존중의 ‘양질(良質) 평화’는 불가능하다. 궁극적으로 그렇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큰일’을 당해봐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큰일’은 없을 것으로 장담한다면, 무책임한 정치선전이거나 국민을 호도하는 반역적 선전책동일 수는 있어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국가관리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북한이 쉽사리 핵을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도 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할 수 있는 주장이 아니다. 그런 주장에는 “그렇게 믿고 있다가 실제로 큰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예 없는 것이며,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아도 상대를 압박하여 온깆 불이익을 강요할 수 있는 심리적·정치적 수단이라는 사실을 크게 간과한다. 대한민국을 파괴할 수 있는 북한의 일방적인 능력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은 핵악몽(nuclear nightmare)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고 언제든 북한의 갑(甲)질에 시달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동맹의 힘을 이용하거나 독자적인 핵능력으로 북핵 위협을 상쇄하는 일, 강군을 육성하고 군사적 역량을 유지·함양 하는 일,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일 등을 통해 강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는 것은 대북정책 기조와 무관하게 늘 하고 있어야 하는 ‘상시 과제’인 것이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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