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욱 칼럼] 천박해도 괜찮아, 편리하잖아 서울은
[남정욱 칼럼] 천박해도 괜찮아, 편리하잖아 서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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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8.11 11:33:18
  • 최종수정 2020.08.11 11:33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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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싸가지 없는 정부여당이다. 특히 말이 그렇다. 말을 침 뱉듯이 한다. 소변 갈기듯 한다. 말의 품위가 이렇게 떨어진 때가 있었나 싶다. 들을 때는 불쾌하고 곱씹으면 짜증이 난다. 어쩌다 그러는 것도 아니다. 건건이 안 빠지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이 달의 개소리’ 차트까지 만들어야 할 판이다. 최근 가장 불쾌했던 게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는 말이다. 서울 시민들 참 착하다. 천사다. 천박한 도시에는 누가 사나. 천박한 인간들이 산다. 졸지에 천박한 인간이 되었는데 참 잘도 참으신다.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 중에 당사로 쳐들어가는 사람 하나 없다. 차 몰고 돌진해서 “천박하다보니 그랬다” 하는 결기도 없다. 눈물이 나도록 착하다.

문화도시가 아니라서 서울은 천박하다니

안 천박한 도시로 프랑스 파리를 예로 들었다. 센 강에는 노트르담 성당 등 역사 유적이 있어 그게 관광 유람이란다. 센 강에서 노트르담 성당이 보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내 기억 속의 센 강은 에펠 탑이다. 에펠 탑은 세울 당시 흉물 소리를 들었다. 지식인 중에 에펠 탑 욕 안 한 사람이 없다. 당시에는 쇠를 만지는 기술이 국력의 척도였다. 그래서 최대한 높게 세웠다. 그럼 에펠 탑은 지금도 흉물인가. 해질 무렵 센 강 유람선 타면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카메라에 담는 게 에펠 탑이다. 어두워서 다른 건 잘 안보여서가 아니다. 조명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노트르담도 역사고 에펠 탑도 역사다. 우리는 그런 가톨릭 전통도 없고 쇠 만지는 기술도 포항제철 때 처음이었다. 없는 역사를 만들어서라도 전시하자는 얘기인가. 그리고 겨우 70년 된 나라에 무슨 뾰족한 역사가 있다고. 조선과 대한민국은 같은 나라가 아니다. 그게 이해가 안 되니까 천박 소리가 나온다.

잘 사는 것도 문화야, 이 바보야

우리 보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후발, 신생 독립국에게는 공업화가, 산업화가 달성해야 할 가장 멋진 역사다. 경제성장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역사다. 한강변에 즐비한 아파트 자체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다. 기적의 증거다. 그래서 그 기적이 아름다운 것이다. 그 기적에서 평당 얼마를 발굴해내는 초능력이 놀랍다. 그리고 아파트 밖에 안 보이는 모양이다. 올림픽 경기장은 안 보이니?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룬 나라다. 한글과 뭐 기타 등등만 역사가 아니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우리 역사다. 대한민국 역사를 모르니까, 하나도 안 자랑스러우니까 역사가 안 보이는 모양이다.

돈 내고 화장실 가는 문화도시와 24 시간 개방된 천박한 도시

해외여행, 특히 지중해 북쪽 유럽 가면 제일 불편한 게 화장실이다. 아무리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들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도시 별로 최소 500원에서 최대 2,000원까지 내고 이용을 했다.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라 하루 6,000원까지 내봤다. 그때마다 그리웠던 게 서울의 널리고 널린 공공 화장실이다. 돈 문제만이 아니다. 로마의 테베레 강을 따라 걷는데 갑자기 신호가 왔고 둘러보니 주변에는 카페 하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노상방뇨. 이게 무슨 야만인가 싶었다. 가끔 산책을 나가는 탄천만 해도 가정집 뺨치는 깔끔한 화장실이 역참처럼 박혀 있다. 역사책에도 나오는 테베레 강과 역사책에 절대 나올 일이 없는 탄천의 편의시설 수준이 이렇다. 화장실을 예로 들었지만 그것 말고도 서울만큼 편의가 넘쳐나는 도시가 세계에서 몇 개나 될까. 한 밤 중에 나가서 밥을 사먹을 수 있는 도시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이 편리는 사소한가. 수준이 떨어지는 동물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 하찮은가. 그래서 우습게 보이는가.

나도 파리가 부럽다. 노트르담은 아니다. 강가에 늘어선, 만 원만 내면 미술책에 나오는 그림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오르세, 오랑주가 부럽다. 그러나 어느 도시에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일 초도 안 망설이고 서울이다. 속물이라서 그런지 품위보다 편리다. 서울에게 내가 대신 사과한다. 뭘 몰라서 그래. 생각이 비뚤어져서 눈에 이상한 것만 들어와서 그래. 천박해도 괜찮아, 너는 편리하잖아. 사랑해 서울.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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