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근 칼럼] '집의 노예에서 해방'된 역사적 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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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8.06 10:57:47
  • 최종수정 2020.08.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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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노예에서 해방된 역사적 날은 뒤집어보면 온 국민이 '오기의 부동산 정치에 갇힌 날'
법무장관이 부동산 훈수?...'금부분리 정책'이라는 주장은 왜?
부동산 투기세력 탓?...부동산 정책이 실패해 투기세력이 나타난 것
결국 '보스턴 차 사건' 같은 조세저항운동 촉발...'오기의 부동산 정치'의 말로
조동근 칼럼니스트

O 정치인 말은 정제되어야

이런 일사천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3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관련법 11개를 일괄 상정·표결해 본회의에 올렸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그 다음날인 4일 본회의에서 모두 통과됐다. 토론과정을 송두리째 건너뛰고 다수결로 밀어붙인 사실상의 의회 폭거인 것이다. 부동산법 통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민주당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소회는 남달랐을 것이다. 그는 부동산법 통과는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에서 벗어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했다.

정치인이 이런 언사를 거침없이 내 뱉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말은 가려서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근검절약해 저축하는 이유는 ‘살고 싶은 곳에서 마음에 드는 집에서’ 살기 위함이다. 이는 일반 국민의 평생소원이기도 하다. 평생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것이 ‘집의 노예’가 되기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많은 소시민들은 ‘집의 노예’라는 힐난을 듣더라도 번듯한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싶을 것이다. 노예에서 해방시켜 주었으니 감사하고 감격해야 할 가. ‘집의 노예에서 해방’된 역사적 날은 뒤집어보면 온 국민이 ‘오기의 부동산 정치에 갇힌 날’이다.

4일 통과된 부동산법을 일별(一瞥)하면 다음과 같다. 현행 최고 3.2%인 종부세율은 6%로, 양도세는 최고 72%까지 높아진다. 주택 취득세율은 현행 1~4%에서 2주택 시 8%, 3주택 이상 보유할 때는 12%를 내야한다.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증여하면 취득세율이 현행 3.5%에서 최고 12%로 인상된다. 주택을 “살 때, 팔 때, 보유할 때, 증여할 때” 내는 모든 세금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증세인 것이다. 그리고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사라지고 재건축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은 국가에 환수된다. 이 정도면 올 코트 프레싱(all court pressing)이다.

O 추미애 법무장관의 부동산 훈수

추미애는 현직 법무장관이다. 현직 법무장관이 자신의 소관 업무도 아닌 부동산 문제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해도 되는 가. 법무장관을 물러나고 썼다면 누가 뭐라 하겠는 가.

추미애 장관은 7. 18자 페이스북(face book)에서 최근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박정희 개발독재로 돌리고 있다. 하나씩 곱씹어 보자. 그녀는 "이 것(부동산 문제)을 문재인 정부라고 갑자기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이래로 서울 한강변과 강남 택지개발을 하면서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고 금융권을 끌어 들였다“고 했다. 우선 과거 개발년대의 얘기가 2020년에도 합당한 가. 그녀의 논리가 맞다면 “부패권력과 재벌로 상징되는 우파정권에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녀는 이어간다. “금융권은 기업의 가치보다 부동산에 의존해 대출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과 부동산은 떨래야 뗄 수 없는 기형적 경제체제를 만들어 온 것이라고” 했다. 단정할 수 없다. 사업에서 망하지 않으려면 ‘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금융업의 본질은 ‘위험관리’(risk management)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업은 보수적인 판단을 한다. 대출을 할 때 담보를 잡지 않고 대출 하는 것은 은행 스스로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예금자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담보를 잡는 것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부동산이 담보 1순위다. 대출을 둘러싼 문제는 담보를 잡지 않거나 또는 담보가치 이상으로 대출을 해서 생긴 것이다.

경제가 진화하고 자본시장이 발전하면서 점차 부동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 기업가치도 점차 부동산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근한 예로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카카오가 갖고 있는 부동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2017. 9월 1일 현재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5008억 달러이다. 같은 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2685억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페에스북은 설비와 장치가 있는 기업이 아니다. 해당 기업의 수익창출력이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녀는 “돈 없는 사람도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쫓아가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가 됐다”며 “한 국가에 한정된 자원인 땅에 더 이상 돈이 몰리게 해서는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다 놓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상이다. 현상에는 근저 요인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그 같은 참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녀는 “이제부터라도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아야한다. 그러기 위해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21세기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했다. 무슨 말인 가? 중국식 토지공개념을 도입하자는 말로 들린다. 그렇다면 중국에서의 부동산 광풍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금산분리’와 ‘금부분리’가 같은 차원인가. 금산분리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를 의미한다. 한국적 현실에선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기 위한 규제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아무나 은행을 가질 수는 없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면 정부의 금융 산업 규제가 설 땅이 없어진다. 그래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규제한 것이다.

그녀는 금융과 산업을 분리한 것처럼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잔다. 금산분리와 금부분리는 층위가 다른 문제아다. 우선 금융과 부동산의 분리가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이 바람직한 가. 우리나라 건설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선 세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건설과 금융이 결합하지 못해 제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금융은 경우가 다르다. 선박금융이 작동했기 때문에 조선업이 세계 1등을 한 것이다. 금부분리를 해야 한다면 선박과 금융도 분리해야 한다. 설비금융도 설비와 금융을 분리해야 한다.

O ‘부동산 투기세력’이라는 허수아비와 싸운 문재인 정부

<그림-1>은 역대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값 매매지수를 표시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가 매번 오른 것은 아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김영삼 정부 때에는 아파트 값이 안정되었다. 노태우 정부 ‘주택 200만호 건설’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값은 크게 올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파트 값은 다시 한 번 ‘퀀텀 점프’를 했다. 서울 아파트가격의 중위 값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6억600만 원에서 올해 6월 9억2600만 원으로 52.7% 급등 했다.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 투기 세력이 부동산 값을 끌어 올렸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인과관계를 도치시키고 있다. 부동산 투기세력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 투기세력이 나타난 것이다. 부동산 투기 세력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했다면 우파 정권에서 그들은 어디에 숨었겠는 가. ‘개개인이 서로를 조직해 투기 세력을 형성했다’고 믿는다면 이는 너무 나간 것(over)이다. 개인은 경제 환경 하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합목적적인 의사결정을 할 뿐이다. 의사결정이 담합일 수 없고 또 단체 행동일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 세력이라는 ‘허수아비’와 싸우면서 정책역량을 소진시켰다. 주택소비자들은 좌파정권 하에서 부동산 폭등을 ‘경험하고 학습’하는 중이다.

<그림-1> 역대 정권별 서울 아파트 값 매매지수 추이

O 조세저항운동 촉발 되려나

미국의 독립전쟁은 ‘보스턴 차’ 사건에서 비롯됐다. 1773년 12월 인디언 복장으로 위장한 수십명이 영국 동인도 회사의 배에 올라 차 상자 342개를 바다에 던져버린 것이 독립전쟁의 서막을 여는 사건이 됐다. 조세 저항운동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것이다.

7. 10 대책은 급기야 조세저항운동을 촉발시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주택소유자였다. 그들은 “정부가 선량한 임대사업자를 범죄자로 몰고,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세금 폭탄을 부과해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항의하고 있다. ‘임대자도 국민’이라는 피켓이 등장하고, “집주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임대차 3법 입법을 철회하라”는 플랭카드가 나왔다. 그간의 주택정책이 ‘집 없는 사람을 위한’ 진영논리의 산물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차제에 정책 결정의 ‘가버넌스’도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22차례 대책을 세우면서도 집값 잡기에 실패한 건 국토부가 ‘주택수요를 줄이는 외눈박이 정책’을 독선적으로 주도했기 때문이다. “개발이익과 양도차익을 국가가 가져가면 투기가 없어질 것이라는 믿음”은 국토부가 빠진 ‘무오류의 함정’인 것이다. 세제와 대출규제를 국토부 단독으로 결정하게끔 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차제에 국토부가 공급측면을 외면해 좁디좁은 정책 시야를 갖게끔 한 구조적 요인을 해소시켜야 한다. 국토부가 휘두른 세제와 대출규제 등은 엄밀히 따지면 기재부와 금융위 소관이다. 이웃이 월담해 내 가재도구에 손을 댄 것이나 마찬가지다.

O. 에필로그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관계된 모든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집을 많이 가진 다(多)주택자, 집을 한 채 가진 1주택자. 그리고 집을 갖지 못한 무주택자 모두 부동산정책 실패의 피해자이다.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반사이익을 받은 계층은 어디에도 없다.

실패의 원인은 분명하다. 부동산정책을 편 것이 아니라 ‘오기의 부동산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급등은 부동산 시장이 작용한 결과이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따른 민심 이반을 돌리기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투기꾼을 ‘공공의 적’으로 삼은 것이 결정적 패착이다.

주택보급률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총량적으로 접근하면 ‘질적’ 측면을 간과하게 된다. 고3학생 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많아도 여전히 입시경쟁은 치열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앞으로 주택 공급을 확실히 늘린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어야 시장이 안정된다. 그리고 ‘광역교통망’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시장과 싸우는 것만큼 하책은 없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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