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을 대통령 앞세워 청와대가 낙점해왔고 이사회는 그 요식 절차를 수행해와"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완기 이사장이 "이사와 이사장 을 선출하는데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과 함께 돌연 사의를 표명해 사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완기 이사장은 15일 열린 임시이사회 폐회 전 “오늘 이사회를 마지막으로 이사장직에서 물러날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가 끝난 뒤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이사장으로) 취임해 방송 독립과 MBC 정상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많은 것을 이루지 못한 결과가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제가 방문진 이사장뿐 아니라 이사로서 2년 반 넘게 생활하면서 느꼈지만 방문진은 너무 진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진법에 방문진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을 앞세워 청와대가 낙점해왔고 이사회는 그 요식 절차를 수행해왔다"며 "오염된 현실을 방치하는 한 방송의 독립과 개혁은 기대난망이다"라고 방문진을 비판했다.

이완기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전임 고영주 이사장이 해임되면서 후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이사장보다 연장자인 신임 이사를 연이어 임명하면서 이사장직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월 8일 고 전 이사장의 후임으로 이사에 선임된 여권 추천 몫의 지영선 이사가 한 달 만에 사퇴했고, 김상균 전 광주문화방송 사장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와 관련, 이 전 이사장은 당시 방통위가 "‘이사장 직무 대행 체제로 가라’, ‘추후 이사장 후보를 물색 중’라고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방문진 이사들이 호선으로 이사장을 뽑도록 돼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청와대 낙점을 기다렸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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