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홍콩, 민주파 반발 속 입법회 선거 1년 연기...청·장년층에선 ‘독립’ 의지 높아
“코로나 때문에” 홍콩, 민주파 반발 속 입법회 선거 1년 연기...청·장년층에선 ‘독립’ 의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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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8.02 13:27:58
  • 최종수정 2020.08.0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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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홍콩 현지시간),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기자회견 열고 ‘입법회 선거 1년 연기’ 방침 발표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홍콩 정부 입장...정작 시민들은 ‘불신’
밍바오(明報)의 지난 6월 설문조사 결과...인구 비율 높은 청·장년층에선 범(汎)민주파 지지율 과반수

홍콩 정부가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총선거에 해당하는 홍콩 입법회(立法會) 선거 실시를 1년 연기(延期)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홍콩 정부가 밝힌 사유는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감염 확산 방지 목적이라는 것. 하지만 반중(反中) 성향의 민주파 인사들은 홍콩 정부가 전염병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31일(홍콩 현지시간) 늦은 오후, 홍콩의 행정수반인 캐리 람(63·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6일 실시가 예정돼 있던 홍콩 입법회 선거의 실시를 1년 연기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홍콩 정부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코로나19의 감염이 확대되고 있으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사진=로이터)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사진=로이터)

하지만 반중(反中) 성향의 민주파(民主派) 인사들과 홍콩 심니들은 홍콩 정부의 이번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홍콩 정부가 전염병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 정부의 ‘선거 연기’ 방침 발표가 있자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파 운동가 조슈아 웡(黃之鋒)은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 정부의 입장에 반대 의견을 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중국 정부는 반대 세력의 (홍콩 입법회) 과반수 의석 확보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취하고 있다”며 “선거 연기는 친중파(親中派)가 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중국 정부가 의원들을 직접 임명하고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홍콩의 한 시민도 홍콩 정부의 이번 조치와 관련해 그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구하는 펜앤드마이크의 인터뷰 요청에 “이번 입법회 선거에서 친중파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다른 홍콩 시민 역시 “홍콩 정부의 이번 조치는 작년에 이어 긴급상황규칙조례(Emergency Regulations Ordinance)를 또 다시 이용한 것”이라며 홍콩 정부가 입법회 선거를 연기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홍콩 정부의 입법회 선거 연기 방침은 앞서 실시된 홍콩 민주파 진영의 예비 선거 실시 결과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 간 실시된 예비 선거에는 홍콩 시민 61만명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호응을 받았으며, 해당 예비 선거의 결과로 민주파 측은 후보의 난립을 막고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입법회 선거에 내보내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차기 입법회 선거에서 입법회 정원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의미에서 ‘35-플러스’로 명명된 캠패인의 일환으로 실시된 지난달 예비 선거를 통해 홍콩의 범(汎)민주파 의원들은 과반수 의석의 힘으로 입법 과정에서 홍콩 정부에 대해 직접 실력을 행사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조슈아 웡.(사진=로이터)
홍콩의 대표적인 민주파 운동가 조슈아 웡이 기자회견을 연 모습.(사진=로이터)

한편, 홍콩의 현지 매체인 밍바오(明報·명보)가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5세 이상 50세 미만의 홍콩 시민들 가운데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이들의 비율이 증가 추세에 있음이 확인됐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30세 미만의 연령대에서는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본토파’(本土派)에 대한 지지율이 지난해 6월 17.9%에서 올해 6월 43.6%로 껑충 뛰어올랐다. 30세 이상 50세 미만의 연령층에서는 지난해 6월 5.0%에 불과했던 ‘본토파’ 지지율이 올해 6월에는 24.9%로 증가했다.

또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올해 6월 조사 시점 기준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본토파’ 외 ‘1국가2체제’ 내에서 홍콩의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입장인 ‘민주파’ 등 범(汎)민주파 진영에 대한 지지율은 15세 이상 30세 미만의 연령대에서 71.3%, 30세 이상 50세 미만의 연령대에서는 60.8% 등으로, 인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에서 높은 비율로 반중(反中) 성향이 나타났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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