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배제된 상태서 서울고검 자체 조사
한동훈, 정진웅 상대로 독직폭행 고소
정진웅, 무고 및 명예훼손으로 맞대응
수사팀, 한동훈 유심으로 우회접속 정황
한동훈, 카톡 비밀번호 바뀐 채 돌려받아
법조계 “위계의한 업무방해”...감청 지적도

한동훈 검사장과
(좌측부터)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카드 압수수색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형사1부장이 폭행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찰 조사가 시작됐다.

31일 서울고검은 전날 한 검사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소환해 압수수색 당시 현장 상황을 조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 사건 수사 지휘에서 배제된 상태여서 서울고검은 단독으로 사태 파악에 나섰다.

앞서 지난 29일 중앙지검 형사1부는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에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장인 정 부장검사가 변호인과의 통화를 위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푸는 한 검사장에게 폭행에 가까운 물리력을 행사했다. 사태 당일 한 검사장은 “일방적인 신체적 폭행을 당했다”며 정 부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서울고검에 고소하고 감찰을 요청했다.

정 부장검사는 같은 날 오후 7시쯤 “한 검사장의 증거인멸 시도를 의심해 제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접촉일 뿐”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면서 한 검사장에 대해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에 앞서 서울중앙지검도 전문공보관을 통해 “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인해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현재 병원 진료 중”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 부장검사는 당시 팔·다리 통증과 전신근육통 증상으로 인근 정형외과를 찾아갔으나, 혈압이 급상승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부장검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병원에서 대기하다가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앙지검은 당시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방해한 정황이 있다고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튿날 영상과 관련자 진술을 종합한 뒤 “검토 결과 공무집행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러섰다.

한편 중앙지검 수사팀은 유심을 통해 검사장의 카카오톡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돌려준 것으로 알려져 증거수집 위법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당초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텔레그램 사용 내역을 확인하려 했지만 접속에 실패하자, 카카오톡 로그인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유심을 공기계로 접속한 뒤 메신저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카카오톡에 우회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증거 채증 방식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또한 당초 수색 대상인 과거 대화기록과 무관하게 메신저 송수신 내용이 실시간으로 타인에게 노출되는 셈이어서 사실상 감청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당사자 동의없이 전자·기계장치 등을 사용해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독해 내용을 지득·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행위’를 감청으로 규정한다.

구태언 변호사(법무법인 린)는 “유심을 공기계에 꽂아 인증번호를 받는 순간 불법 감청이다. 감청영장을 미리 받았어야 한다”며 “영장을 받았더라도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채증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특정된 분석 방법과 절차대로 집행했다. 뭔가를 변경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면 그 역시 영장에 적혀 있었을 것”이라며 “감청에 해당할 만한 실시간 통신내역 등에 대해 영장이 집행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