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어두운 경기 전망에 우한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생존 위해 '현금 확보' 나서
기업, 빠르게 많은 돈 빌려가면서 유동성 급증...가계 대출 증가율의 세 배 웃도는 수준
文정부, 재난지원금 등 정부 지출 늘려...한국은행, '0%대' 기준금리로 완화적 통화정책

기업들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경기가 불안해지자 빠르게 많은 돈을 빌려가면서 시중 유동성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대출 증가율의 세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 악화로 장래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하기도 어려워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한국은행의 '0%대' 기준금리 등으로 5월 시중 유동성이 크게 불어났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광의 통화량(M2 기준)은 3천65조8천억원이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작년 같은 달(2천773조2천억원)과 비교해 10.6%나 불어난 것이다. 넓은 의미의 통화량 지표인 M2에는 현금과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각종 단기 금융상품 등이 포함된다.

통화량 증가율 10.6%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보면 기업 대출이 6.4%포인트(p)로 가계 대출의 2%포인트의 세 배에 달했다. 늘어난 통화량 전체에서 60% 이상이 기업 대출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뜻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대출 증가 부분은 20%였다.

실제로 5월 기준 통화량은 작년 동기(지난해 5월) 대비 292조6천억원(3천65조8천-2천773조2천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기업 대출 증가액이 177조3천억원(1천373조4천억-1천196조1천억원)으로 통화량 증가분의 60.6%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기업 대출 증가 속도도 전체 통화량과 가계대출에 비해 훨씬 빨랐다.

5월 기준 기업 대출 잔액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4.8%였다. 통화량 증가율(10.6%)을 크게 웃돌고 있음은 물론 가계 대출 증가율(4.9%)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화량 증가율에 대한 기업·가계 대출 기여도. (한국은행 제공)

문재인 정부가 재난지원금 등 국내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 수준까지 낮추는 등의 상황에서 5월 통화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기업의 5월 말 예금 잔액은 479조1천853억원으로 우한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인 1월 말(432조4천629억원)보다 46조7천억원이나 불었다. 같은 기간 기업의 대출 잔액도 1천272조4천억원에서 1천373조4천억원으로 101조원가량 늘어났다.

기업들이 본래 경기 전망이 어두웠던 상황에서 우한 코로나 사태로 경제 여건까지 급격히 불안해지자 빠르게 많은 돈을 빌리는 ‘현금 확보’에 나섰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유동성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은 가계 대출이라기보다 기업 대출"이라며 "경기가 불확실할수록 기업이 대출 등으로 일단 자금을 확보해놓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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