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위, '검찰총장 권한 축소 권고안' 발표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에게 분산
법무장관이 검찰총장 의견 반영해 '검사 인사'하는 현행 제도 폐지
외부인사와 여성도 검찰총장 될 수 있게...정권 말 잘 듣는 외부인사 낙하산 임명 가능
검찰개혁위 위원 역임한 김종민 변호사 "이제 독재의 길로 가겠다는 명백한 신호탄" 비판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김남준·검찰개혁위)가 검찰총장 권한을 대폭 축소해 사실상 식물총장 만들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이 더는 ‘장관을 두 명 모신다’는 얘기를 하지 않게 될 정도로 검찰총장 힘을 일방적으로 빼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개혁위는 27일 오후 제43차 회의를 통해 검찰총장 권한 축소 방안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분산 ▲검사 인사 의견진술절차 개선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의 안건을 심의했다.

권고안에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 등에게 분산시키고,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손보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기 위해 검찰청법 8조 등을 개정 추진할 것"과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각 고검장에게 분산할 것" 등을 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묵인 하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권고안을 수용하면 앞으로 검찰총장은 일선 청에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하기 어렵게 된다. 대신 법무부 장관이 전국 6개 고검장을 서면으로 직접 수사지휘한다. 일선 평검사들도 고검장 및 지검장들로부터 서면 지휘를 받게 된다.

검찰개혁위는 법무부 장관이 검사 인사 때 검찰총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통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인사 발표를 앞두고 면담을 통해 결정해오던 것을 검찰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도록 했다. 검찰인사위 위원장은 외부위원 중에서 호선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검사 인사를 제청하기 전에 검찰인사위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고, 검찰총장은 검사 인사에 대한 의견을 검찰인사위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권고안은 검사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와 여성 등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길도 적극 열어 놨다. 검찰 측은 검찰청법 제27조(검찰총장은 판검사 또는 변호사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을 임명한다)를 들어 이 같은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에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정권의 말을 잘 듣는 외부인사를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는 일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지휘권과 인사권에서 검찰총장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 식물총장이 되는 만큼 위계질서상 법무부 장관의 지위와 역할은 상당 수준 올라가게 된다. 검찰과 법무부에서 순환 근무를 하는 검사들 사이에서 흔히 오르내리는 ‘장관을 두 명 모신다’는 얘기는 더는 없을 전망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를 제한하는 동시에 검사 인사까지 독단으로 좌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무일 검찰총장 재임시 검찰개혁위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는 이날 검찰개혁위의 발표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검찰총장 역할을 겸임하도록 하는 방안"이라며 "정권이 직접 고검장을 통해 모든 수사지휘를 하게 되고 검찰총장과 대검은 완전 허수아비가 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헌법과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이제 독재의 길로 가겠다는 명백한 신호탄"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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