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 제시 없이 휴대전화·노트북 등 압수
법원 “통지, 영장 제시 적법성 인정 안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연합뉴스

검찰이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동재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이 전 기자 측이 지난 5월 제기한 ‘수사기관 처분에 대한 준항고’에 대해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 노트북 컴퓨터 1대에 대한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이 전 기자는 검찰이 위법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만큼, 휴대전화 등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준항고를 청구했다. 준항고는 법관의 재판 또는 검사의 처분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5월 14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등을 채널A 관계자로부터 넘겨받은 후 그 자리에서 압수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기자 측은 “당시 이 전 기자는 현장에 없었고 압수수색 사실 자체도 몰랐다. 이후 중앙지검 포렌식 절차에 참여했을 때 뒤늦게 알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 내용을 알려달라’는 이 전 기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영장 내용의 일부만 구두로 읽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김 판사는 “적법한 압수수색 집행 일시와 장소의 통지, 영장 제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전 기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수사팀이 확보한 핵심 증거는 무용지물이 됐다. 법원 판례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보여주지 않은 채 위법하게 압수한 물품은 증거능력을 상실한다. 순천지청장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컴퓨터를 압수하기 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압수수색이 위법하다고 법원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전 기자 측이 요구한 압수물 반환 건은 기각됐다. 법원은 절차상 이유로 이를 곧바로 결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날 검찰에 압수물을 돌려달라고 신청하고, 거부당할 시 ‘압수물 환부(還付) 거부’ 조치에 준항고를 신청할 방침이다. 압수물을 포렌식한 자료들도 모두 삭제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법원 결정에 재항고를 검토하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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