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울산선거·옵티머스...검찰 수사, 왜 이리 답보 상태인가?
검찰, 정의연 이사장 역임한 윤미향 소환 일정조차 잡지 않아
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는 표류 중...핵심인 임종석 소환 일정도 감감무소식
옵티머스 수사에서도 이혁진 수사에 속도 못 내고 있어
검찰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부터 녹록치 않은 상황" 하소연
법조계 "지난 1월 추미애의 '검찰 대학살' 인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검찰이 지난 4월 여권의 총선 압승 이후 현 정권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 의혹 사건에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정권 차원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는데다가 주요 혐의자들이 수사에 일제히 비협조적이라는 점 등의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5월 접수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의혹 사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장이 검찰이 직접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형사4부에 맡겼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의연 전 대표)의 소환 일정조차 잡지 못 하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취재 결과 검찰은 지난 13일 길원옥 할머니 아들 내외를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길 할머니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돈이 윤 의원과 故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의 통장으로 흘러들어간 내역들을 짚어줬다.

길 할머니 아들 내외의 전언에 따르면 공소시효가 유효한 2011년 이후 길 할머니 계좌로 정부지원금과 각종 성금 등이 입금된 총액은 약 7억여원이었다. 검찰은 이날 길 할머니 아들 내외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처벌을 원하시느냐?”고 묻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윤 의원의 소환 일정을 묻는 길 할머니 아들 내외에게 “결정된 바 없어 대답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이후에도 검찰이 윤 의원의 소환 일정조차 잡지 못 하고 있어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 상태인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연장선상에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수사도 거론된다. 이 두 사건 모두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이었으나 별 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소환 조사만 마친 상태다. 송철호 울산시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의 거의 모든 부서가 선거개입에 동원됐다는 점이 핵심인 만큼 이들 부서 모두를 컨트롤할 수 있었던 임 전 실장의 사법처리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하지만 검찰은 소환 일정을 비롯해 기소 여부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역시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임 전 실장의 한양대 동문으로 민주당 총선 후보로 나오기도 했던 이혁진 전 대표의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1조6000억원대의 피해를 끼친 것으로 알려진 라임자산운용 사건 수사에서 금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운동권 출신의 민주당 의원에 대한 수사를 미루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다음 달까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인사를 시작으로 차장·부장검사급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때문에 검사들이 지난 1월 추 장관의 ‘검찰 대학살’ 인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핵심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부터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하다못해 정의연에서 정부지원금을 관리했던 전 직원도 정의연 측 변호사와 조율 하에 출석 거부를 하다가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되자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검찰 내 인권감독관실에 신고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검찰은 또 후원금 내역과 회계 자료가 워낙 방대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애초에 터무니없이 허술한 정의연의 장부는 정의연과 서울시 및 여가부 등의 협조가 없으면 하나하나 잡아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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