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모두발언서 그간 경과 보고하며 진상규명 의지 재확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사망하기 직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 측이 22일 2차 기자회견을 갖고 관계당국의 진상규명을 재차 요구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기자회견 이후 피해호소인 등 명칭 논란이 있다가 피해자로 다시 돌아왔다. 피해자에 대한 명칭은 피해자의 법제도상 절차적 권리와 같다. 정당 등은 사과를 발표했지만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언론 중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에 연대하기 시작했다. 피해자 연대는 어렵지만 할 수 있는 실천"이라며 그간 경과를 보고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A씨 지원단체들은 이날 서울시 진상규명 조사단 추천 건에 공개 답변, 향후 지원방향에 대한 변호인과 피해자 입장, 수사 등 법적 진행상황 등을 설명하고 피해자가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글을 대독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아래는 고 상임대표 발언 전문(全文).>
(1차 회견 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문제를 말했는지, 어떤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지 1차 기자회견에서 피해자의 목소리를 냈다. 그 목소리가 많은 분들께 가닿을 거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지원단체와 변호사는 지난 13일 1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사회가 피해자에게 연대해야 한단 절박한 심정이었다. 그 후 1주일이 지났다. 그간 이후 경과를 말하겠다. 13일 시장에 의한 성폭력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 14일 2차 가해에 대한 피해자의 1차 조사가 이뤄졌다. 16일에 2차 가해에 대한 피해자의 2차 조사가 진행됐다. 16일은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20일 제3자 고발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와 관련해 피해자 조사가 이뤄졌다. 21일엔 2차 가해에 대한 피해자 3차 조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오늘 2차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됐다.
지난 1∼2주 사이 우리 사회는 무겁고, 중요한 문제에 직면했다. 일상화된 차별 구조 속에서 생긴 문제라는 점이 드러났다. 서울시는 진상조사단 운영을 발표하고 수사기관에선 수사를 이어가거나 새로 시작했다. 피해자에 대한 ‘피해 호소인’이라는 명명이 있었고 비판과 논쟁이 일어나 다시 피해자라는 명칭이 돌아왔다. 정부는 피해자를 공식 호칭으로 쓰기 시작했다. 피해자에 대한 명칭은 피해자의 법·제도상 절차적 권리와 같다. 정당 등은 사과를 발표했으나 별다른 대책 없단 비판을 받았다. 언론 등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정정을 요청해 정정보도가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연대하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곁에 서는 것은 분명히 할 수 있는 실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위치에 서서 현재 상황을 읽고 앞으로 과제를 함께 하고자 하는 많은 분들께 감사와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
(중략) 피해자에게 도착한 어느 여성 시민의 연대 메시지를 대독하며 경과 보고를 마치겠다. “(중략) 저는 당신과 끝없이 연대하고 이 사건을 끝까지 지켜보고 마음으로 함께 할 것이다. 나중에 올 모든 여자들이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단 걸 말해주고 싶다. 눈감고 싶은 순간을 견디고 용기를 택한 당신 덕에 세상이 바뀌는 중이다. 당신을 둘러싼 악의적 여론을 통해 피해자를 포함한 세상의 절반을 길들이려는 시도, 그걸 눈감지 않는 것은 이게 우리의 모두의 싸움이라서다. (중략) 언제나 당신 자신을 많이 아끼고, 무엇보다 후회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함께 견뎌요.”
연대 메시지 보내주신 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