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변호사, 성추행 피소 유출의혹 수사 의뢰했지만
경찰, 영장에 관련 의혹 빼고 ‘박원순 변사 경위’로 한정
법원 “범죄 수사 위한다면 발부...변사 경위로는 안돼”
법조계 “장례치른 마당에 사인 규명?...경찰 뒷북치는 것”

서울지방경찰청./연합뉴스

경찰이 신청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신영장이 기각된 것은 애당초 ‘부실 영장’을 제출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18일 나오고 있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는 서울시 비서실 여직원에 대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피소 사실 유출 의혹 등을 풀 수 있는 결정적 단서였다.

서울북부지법은 전날 서울 성북경찰서가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하면서 “범죄 수사를 위해 통신 자료를 제공할 수 있지만, 변사자(박 전 시장) 사망 경위가 타살 및 범죄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소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피소 사실 유출 의혹 부분은 범죄 사실에서 제외하고, 사실상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박 전 시장의 변사 경위를 파악하겠다고 영장에서 뒷북을 쳤다는 의미다.

박 전 시장의 장례가 끝난 시점에서 사건의 쟁점은 박 전 시장의 여직원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이 어떤 경로로 박 시장에게 전달됐느냐는 것에 달려 있다. 여직원은 앞서 성폭력상담소에 관련 혐의를 신고했다. 그런데 모종의 경로를 통해 임순경 서울시 젠더특보를 포함한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이 내용이 전달됐다. 임 특보는 지난 8일 오후 3시쯤 박 전 시장의 집무실을 찾아 “실수한 게 있으시냐”고 물었다.

여직원이 같은 날 경찰에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하자, 경찰은 이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지난 9일 실종돼 이튿날 변사체로 발견된 박 전 시장이 자신의 피소 사실을 인지했다는 정황이다. 이 사안이 밝혀지려면 경찰은 수사 대상은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바탕으로 여직원 변호사는 피소 사실 유출 의혹을 밝혀 달라며 경찰에 수사 의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정작 필요한 ‘공무상 기밀 누설’에 대한 영장이 아닌, 단순 변사 사건 영장을 신청했다.

법조계에선 “타살 가능성이 없는 사건에 사망 경위를 밝히겠다는 내용의 영장을 제출했으니 기각은 당연하다”며 “피소 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적시돼 있었으면 기각하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이 겉치레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가운데 서울지방경찰청은 전날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수사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은 서울시 관계자의 피해자 방임·묵인 의혹과 2차 가해 행위로 국한돼 있다. 여기서도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 의혹 부분은 빠져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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