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판사, 사건의 모든 쟁점서 검찰 측 주장 수용
검찰 “기자 협박성 취재했다...피해자 가족 언급”
변호인 “피해자 대리인이 거짓말로 기자 함정판 것”
법조계 “강요미수 성립 어려운데 법원 정치적 판단”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연합뉴스

신라젠 주가조작 사건에 여권 인사 연루 의혹을 취재하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최대주주였던 이철 전 VIK 대표 측을 상대로 ‘단서를 내놓으라’며 협박 성격의 취재를 했다가 실패(강요미수)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강요죄도 아니고 기자의 취재 과정을 문제삼아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30분께까지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후 심리를 거친 뒤 이 전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이러한 혐의 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여 수사를 방해하였고,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강요미수 혐의의 성립 조건인 해악의 고지가 이 전 기자 취재 과정에서 드러났는가에 있다. 해악의 고지란 ‘해가 될 만한 나쁜 일을 알리는 행위’다. 즉 이 전 기자의 취재가 협박 성격을 띠었다면, 수감 중인 이 전 대표가 이에 ‘두려움’을 느껴야 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혐의 성립이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아울러 이 사건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 여권 인사와 이 전 대표 대리인으로 나선 ‘제보자X’ 지모씨가 공모해 이 전 기자를 유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이 전 기자는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가족의 신상까지 거론하는 편지를 보내는 등 협박 취재를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이 전 기자는 편지에서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진행시킬 수 없다’고 밝혔다”며 “오히려 이 전 대표 대리인 지씨가 이 전 기자에게 접근해 ‘여야 로비 자료’가 있는 것처럼 거짓말하며 함정을 판 것”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김 부장판사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양면성을 띠는 이 사건에서 검찰 측 주장만을 수용한 것이다. 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기자의 취재 범위를 규정하는 중요한 사건에서 법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내렸다”면서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강요미수만으로 영장이 발부된 건 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대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강요죄로 구속된 피고인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강요미수죄에 대한 통계는 따로 잡히지 않는다.

한편 검찰은 이 전 기자의 범죄 사실을 언급하면서 공모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영장 발부 사유에서도 ‘공모’가 아닌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 검사장을 상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검찰은 아직 한 검사장을 소환 조사한 적 없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미진한 상황에서 법원이 ‘검언 유착’이라는 일각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8일 페이스북에서 이 전 기자의 구속에 대해 “영장발부 사유로 제시된 ‘언론과 검찰의 신뢰회복’이라는 표현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면서 “‘검언유착’이라는 말은 적폐수사를 할 때만 해도 나오지 않다가 조국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은 ‘검찰개혁’의 미명 하에 권력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덮는 데에 사용됐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끝으로 “‘검언유착’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이 영장판사의 판단에까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어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사법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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