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칼럼] KBS이사 해임취소 소송 1심 강규형 전 이사 승소 상세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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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20.07.18 11:23:37
  • 최종수정 2020.07.27 13:1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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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이익이 아니라 명분이 더 중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방송장악에 대한 저항이 그런 경우.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의 임기가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도 무리한 해임으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
강규형 객원 칼럼니스트

필자의 KBS이사 해임취소 소송 1심이 필자의 승소로 판결 났다. 2년 반 동안의 긴 기간이 흘렀다. 상대 측(대통령)에서 항소를 했지만, 이제 2.3심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후의 일들은 방송장악이라는 거대한 사건의 에필로그에 불과하다. 후안무치한 시간 끌기에 불과하고 권력으로 결과를 바꾸려 한다 해도 이미 명분 싸움은 끝났다.

이미 이사 임기가 다 끝나 필자는 이사로 복직할 수도 없다. 불법해임된 필자 대신 KBS이사에 선임된 김상근은 곧 이사장으로 추대돼서, 새 임기의 이사회에서도 계속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법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도의상 김상근 이사장은 이사장은 물론 이사직책도 내놓은 것이 합당할 것이다.

재밌게도 일부 사이비/유사 언론들의 해임취소소송 승소 뉴스를 읽다 보면 마치 필자가 패소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를 남발했다. 게다가 한국최대의 통신뉴스사의 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주객이 전도된 기사들을 보면서 언론노조의 강력한 영향하에 있는 한국 언론의 편파성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됐다.

사실상 2017년 민주당의 “방송장악 계획 문건”이 알려진 후에는 방송장악은 어떠한 정당성도 잃게 됐다. 그러나 집권세력과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는 방송장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마치 범행계획서가 다 공개됐는데도 범행을 강행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만큼 그들에게 방송장악은 중요한 문제였고 당시 권력의 위세는 강했다.

중국의 문화혁명보다는 덜 거칠고 덜 폭력적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특히 방송장악의 전 과정은 자신들이 정의롭다고 착각하고 집단광기에 빠져 날뛰었던 홍위병들의 행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 거기에 대중을 선동하고 동원하는 행태까지 쏙 빼닮았다. 이러한 행위를 ‘방송 정상화’로 포장했다.

지금 KBS나 다른 공영방송의 행태가 정상적인가? 5공화국 시절의 “땡전 뉴스”를 능가할 정도로 편파적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다. 최근 KBS에서 한 연예인이 천안함 추모 모자를 쓰고 나오자 그걸 모자이크 처리한 일도 벌어졌다. 천안함이 무슨 상품 선전도 아니고, 모자이크로 가려야 할 일인가?

이제 정권과 언론노조원들 어떻게 자기들의 행동을 변호할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하다. 이들은 군중심리 속에서의 “집단적 양심마비”라는 편안한 자기방어 기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만행을 합리화한다. 이들이 언제쯤이나 자기 행동을 참회하고 부끄러워할 것인가. 아마도 영원히 그런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집단적 양심마취는 무서운 사회심리적 질병이다.

친정권 친김정은 노영(勞營)방송이 된 공영방송들은 방만 경영으로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 국민 세금을 메뚜기 떼처럼 마구 갉아먹고 있다. 그런데도 KBS의 평균 임금은 일억 원이 넘는다.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 KBS는 뻔뻔하게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MBC는 KBS 혼자만 수신료를 먹지 말고 수신료를 나눠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삶은 소 대가리가 하늘 보고 웃을 일이다.

그들이 이렇게 “요사스럽게” 야비하고 폭력적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필자도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괴롭히고 협박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응하지만, 반대로 더 강하게 반발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지금쯤이면 알아야 하지 않겠나. 그 과정에서 한국 우파의 허약함과 비겁함, 심지어는 자기 살기 위해 배신을 서슴치 않는 행태를 보면서 비애를 느꼈다. 필자는 나만 언론노조의 고발취하에서 빠진 사실을 KBS 내부 직원을 통해서 알게 되고 일부 인사들의 비겁함에 격분했었다.

결국 무리한 방송장악으로 정권과 언론노조는 얻고 싶은 것을 거의 다 얻었다. 시간이 지났으니 법원판결은 큰 효력이 없다. 한마디로 남는 장사이니 이들이 이렇게 무식하게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명분에서 이들은 패배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 사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당시 감사원은 KBS 정기감사를 했고 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정을 했다. 그러다 나중에 방송장악 국면에서 언론노조가 제기한 “표적감사”요청에 먼지털이 식의 전혀 다른 기준으로 재감사를 하더니, 이사 전원이 부당사용을 했다는 기가 막힐 결론을 내놓았다. 결국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필자만 징계 대상으로 삼고, 방송통신위의 해임청문회가 개최됐다. 이미 독자들은 잘 아시다시피 이 청문회는 엉망진창으로 진행됐고, 국회 상임위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2018년 3월29일 법사위)과 허욱 부위원장(2018년 2월7일 과방위)은 청문이 실제로 엉망으로 진행된 것을 시인했다. 해임 청문이 잘못 진행됐으니 방통위의 해임건의도 적법한 것이 아니고, 대통령의 해임도 마찬가지로 이미 당시에도 정당성을 잃었다. 그러나 일단 방송을 장악하려고 눈이 뒤집어 진 사람들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또한 언론노조와 KBS언론노조는 순순히 응하지 않는 이사들에 대해 카드사용 배임 고발을 했고, 2018년 5월에는 제일 미운 필자만 남기고 다 고발취하를 했다.

재밌게도 이 일이 일어나던 시기의 박상기 법무장관은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400여만 원이 감사에서 지적된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해임은커녕 경징계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두 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순은 제정신 가진 사람은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또한 필자의 해임사유로 언급한 “폭행 건”은 오히려 필자가 폭행·상해를 당한 사건이고, 상대편이 어거지로 쌍방폭행으로 주장한 것이었다. 결과 상대편은 유죄 확정, 필자는 무죄(대법원 확정 판결)였으니 해임 사유로 든 것 자체가 저질 코메디가 돼 버렸다. 언론노조는 집회와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것을 필자의 문제인 양 대대적으로 선전했으니 이 무슨 야비한 망발인가. 설사 필자에게 법적 다툼이 있다 해도 판결이 다 나온 후에야 징계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그동안 언론노조와 그들과 내통한 사람들이 제기한 소송들에서 필자는 다 승소 내지 무혐의를 받았다. 더구나 그들이 제일 자극적으로 제기한 “애견 수입을 KBS공금으로 했다”는 허위주장은 검찰에서 거짓임이 밝혀진 상태이다.

요번 1심 판결의 핵심은 “감사원의 외부감사 결과 이사 11명 전원에 대하여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되었다.” “한국방송공사(KBS)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사유로 하여 징계 조치 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이다. 해임은커녕 경징계도 받은 사례가 없는 것을 무리하게 해임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런데도 언론노조는 검찰에 필자를 기소하라고 고발까지 했으니 점입가경이다. 즉 판결문에서도 지적하듯이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이사의 임기가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하는데도 무리한 해임으로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필자에 대한 해임이 KBS장악과 방송장악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된 것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런 뻔한 일을 오도하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제 실리를 얻은 것에 자족하고 이 3류 서커스는 그만두기 바란다.

이것은 필자로서는 개인적으로 얻는 이득은 전혀 없고, 잃는 것은 너무나 많은 비경제적 명분 싸움이었다. 나라고 이런 고통을 당하고 살고 싶겠는가. 지금까지 3년을 고생했지만 앞으로 2년여가 더 지나야 아마도 여러 소송에서 자유롭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는 이익이 아니라 명분이 더 중요한 경우가 있다. 바로 방송장악에 대한 저항이 그런 경우였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 전 KBS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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