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권' 강조해온 文, 박원순 사태에 입 다문 대신 낯뜨거운 자화자찬 등으로 국민 분노 가중
리더의 책임이 큰 소통까지 '국회탓'..."20대 국회의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 저는 소통하고자 했다"
국민들은 고통에 신음하는데..."경제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선방, 경제회복 시간표 앞당기고 있다"
北이 아무리 자신 향해 망언 퍼부어도..."사상 최초 '남북 국회 회담'이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21대 국회 개원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YTN 방송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21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최근 전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은 일절 언급하지 않고, 특유의 '자화자찬' '북한 짝사랑' '국회탓'으로 일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한심한 현실 인식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 개원연설을 갖고 "20대 국회의 성과와 노고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평가가 매우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 정치의식은 계속 높아지는데 현실정치가 뒤따라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소통은 리더가 이끄는 것 아닌가?..."20대 국회의 가장 큰 실패는 협치의 실패, 저는 소통하고자 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20대 국회 중 열 번에 걸쳐 각 당 대표, 원내대표들과 청와대 초청 대화를 가졌고,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열기도 했다"며 "또 여러 차례 국회 시정연설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소통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본인은 소통 노력을 했는데, 국회가 따라주지 못해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또 "그럴 때마다 우리는 국민들 앞에서 협치를 다짐했지만, 실천이 이어지지 못했다"며 "'협치'도 손바닥이 서로 마주쳐야 가능하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이 저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제 관련해선 근거 빈약한 자화자찬..."경제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선방"

문 대통령은 경제와 관련해선 근거가 빈약한 자화자찬으로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경제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며 "세계경제의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가장 양호하다는 것이 OECD, IMF 같은 국제기구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효율적인 방역과 함께 우리 정부의 강력한 경기대책을 그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우리는 다른 나라들처럼 국경봉쇄나 지역봉쇄 없이, 경제를 멈추지 않으면서 효율적인 방역에 성공했고, 경제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사상 최초의 재난지원금과 세 차례의 추경 등 정부의 과감하고 전례 없는 조치들이 소상공인들이 보호와 고용유지에 기여하고, 경제회복의 시간표를 앞당기고 있다. 안전수칙을 생활화하면서 경제생활을 정상화하고 있는 국민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의 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22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값 폭등을 잡지 못한 문 대통령은 "정부는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 보유 부담을 높이고 시세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대폭 인상해 부동산 투기를 통해선 더 이상 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최고의 민생 입법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은 사상 최대로 풍부하고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은 상황이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않고는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한코로나 사태에서 정부의 대처 역시 지나치게 치켜세웠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전국 단위 선거를 엄두내지 못하고 연기하거나 중단할 때 우리는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으로 방역과 민주주의를 조화시키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냈다"며 "투표에 참여한 2,900만 명의 유권자와 투·개표 관리인력 30만 명 가운데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기적을 이뤄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 경제가 서로 문을 닫고 있을 때 글로벌 공조에 앞장서며 방역과 경제를 함께 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며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진단키트와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물품을 많은 나라에 지원했고,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국경을 넘어 협력하고 있다. BTS를 비롯한 K-팝과 영화 '기생충' 같은 K-콘텐츠 등 문화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의 역량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놀랍고도 존경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우리가 방역에서 채택한 투명, 개방, 민주의 원칙은 이미 세계적인 모범이 되었다. 방역과 일상의 공존도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과 공동체 정신, 의료진의 헌신 덕분에 어느 나라보다 잘 해내고 있다"고 했다.

北이 아무리 자신을 향해 망언을 퍼부어도..."사상 최초 '남북 국회 회담'이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

문 대통령은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선 여전히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는 "'한반도 평화'의 불가역성을 국회가 담보해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추진 기반이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며 "사상 최초의 '남북 국회 회담'이 21대 국회에서 꼭 성사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북한이 자신을 향해 망언을 퍼붓고,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는데도 불구하고 남북 국회 회담 운운하면서 메아리 뿐인 '평화'를 부르짖은 것이다.

아울러 "무엇보다 평화는 무궁무진한 일자리의 기회를 늘려준다"며 "21대 국회가 힘을 모아주신다면, 우리는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을 더 적극적으로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영속시키는 방안이 될 수도 있고, 코로나 위기 등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는 지역협력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끝으로 논란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빠른 출범을 압박했다. 그는 "국회가 법률로 정한 공수처 출범일이 이미 지났다. 정부는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공수처장 임명을 비롯해 국회가 결정해주어야 할 일들이 아직 안 되고 있다"며 "이번 회기 중에 추천을 완료하고 인사청문회도 기한 안에 열어주실 것을 거듭 당부드리며, 21대 국회가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해주시길 기대한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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