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진영의 국가들, 일제히 중국의 패권에 적극 대항해 나아가는 모양새...남중국해 사태에 무관심한 한국을 보면 국제사회의 한 점 고도(孤島),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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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

남중국해에서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 일대에 멋대로 구단선(九段線)을 긋고 드넓은 공해를 영해라고 주장하며 인공섬을 만들어온데 대해 전 세계가 중국을 규탄하고 있다. 그동안은 중국의 횡포에 항의해 오기만 했지만이제 미국은 2개 항모전단을 배치하면서 주변 당사국들과 함께 무력 행사도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공산중국에 대항하는 자유진영의 거대한 군사력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2개 항공모함 전단을 이 지역에 배치한 데 이어 영국도 새로 취역시킨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을 내년에 인도 태평양에 보내기로 했다. 일본은 방위백서를 통해 센카쿠 열도가 있는 동중국해와 함께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도발을 안보위협으로 명시했다. 중국과 육지에서 국경 분쟁을 빚고 있는 인도도 안다만해(海)에서 유사시 중국의 해상교통로를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모든 자유 국가들이 중국의 해상(海上)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조용하다. 한국이 자유 진영에 속한 국가라면 최소한의 입장표명은 있어야 한다. 비록 우리의 영토 주권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남중국해는 말라카 해협을 거쳐 중동(서남아시아)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로 우라나라에 있어서도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남중국해에 해상제국을 건설하려 한다면서 그들의 영유권 주장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헤이그 국제재판소의 4년 전 판결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헤이그 국제재판소는 남중국해상에 위치한 산호섬들인 스프래틀리 군도를 둘러싼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는데 중국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스프래틀리 군도의 섬들을 무단으로 점유해 왔다. 중국은 필리핀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와도 분쟁을 빚어왔는데, 미국은 이번에 동남아 국가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1982년 유엔(UN)이 해양법공약을 발표한 이래 남중국해에 면한 각국은 자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案)을 제출한 상태였지만, 지난 2009년 이 지역에 난데없이 난입해 자기들의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국제 질서를 어지럽혀 온 중국에 대한 세계 각국의 반응이다.

일본도 방위백서를 통해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현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방위백서는 중국이 우한폐렴을 퍼뜨리고 가짜 뉴스로 선전전(宣傳戰)을 벌여 각국을 혼란에 빠뜨렸다고도 지적하면서 남중국해에서 멋대로 행정구역을 획정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으로서는 중공이 도발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 문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남중국해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오키나와에서 대만(중화민국)을 거쳐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을 잇는 해상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있어서도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방위백서가 발표되기 며칠 전, 미 트럼프 행정부는 F-35 전투기 105대를 일본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화폐로 환산하자면 자그마치 231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마침 일본으로서는 지난주 헬리콥터 탑재 경항모 이즈모함(艦)을 정식 항공모함으로 개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에 일본으로의 인도가 결정된 F-35 105대 가운데는 이즈모함에 탑재될 수직 이착륙형 F-35B도 42대가 포함돼 있다.

과거 해가 지지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도 태평양에 복귀하는 모양새다.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립 해군의 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 호(號)가 올 가을 훈련을 마치고 내년 남중국해로 파견돼 미국 일본과 함께 연합훈련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인 미·영 동맹을 굳건히 하는 동시에 영·일 동맹도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도 중국을 포위하는 명분을 충분히 갖췄다. 영국은 중국의 국가안전법(소위 홍콩 보안법) 도입 강행과 1국가2체제를 폐지해 홍콩을 지옥으로 만든 중국을 규탄하면서 우한폐렴을 독자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호주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또 국가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화웨이 불매, 그리고 2027년까지 기존의 화웨이 장비 철거방침을 세우면서, 자유세계의 공적(共敵)인 중국과 대척점에 섰다.

중공과 국경분쟁을 빚고 있는 인도 역시 인도 태평양에서 중국의 무력을 적극 견제하고 있다. 미국·일본·호주를 초청해 벵골만(灣)에서 말라바르 연합 해상 훈련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과 사상 최악의 관계로 치달은 뒤 처음으로 4개국 연합 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도는 안다만 니코바르 통합사령부 전력을 대폭강화하기로 했다. 3군 통합 사령부가 있는 안다만해 니코바르군도는 인도군의 해양 전초기지로 페르시아만과 말라카 해협 중간의 전략 요충지다. 인도는 일단 유사시 니코바르 군도의 해상, 공중전력으로 중국의 해상 보급로를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전 세계의 주요 자유진영 국가들이 실리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국제규범과 도덕을 세우기 위해 중공을 포위해 압박하고 있다. 이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은 반도 국가다. 대륙에 붙었지만 고립되면 말 그대로 섬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 사태에 무관심한 한국을 보면 국제사회의 한 점 고도(孤島), 갈라파고스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박상후 객원 칼럼니스트(언론인 · 前 MBC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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