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은 고소 당한 사실을 비롯해 경찰 조사내용까지 모두 알고 있었다...누가 전달했나?
청와대-경찰청 일단 부인했지만...명백한 범죄, 조직도상 연관 가능성 있는 국정상황실이 입 열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右),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右),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직 여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비롯해 경찰 조사내용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받은 정황이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인 전직 여비서는 지난 8일 오후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9일 오전 2시 30분에 진술조사를 마쳤다. 박원순 전 시장이 유서를 작성하고 공관을 나선 시각은 9일 오전 10시 44분이다.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진술조사를 마친 지 불과 8시간여 만에 죽음을 결심한 것이다.

경찰이 청와대에 박원순 전 시장 피소 내용을 보고하는 것은 크게 문제 될 게 없지만, 청와대 누군가가 박 전 시장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게 진짜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청와대 조직도를 봤을 때 청와대 누군가는 국정상황실 직원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에서 파견되는 치안(사회안전) 비서관을 없애고, 국정상황실 내에 치안 기능을 뒀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에는 경찰에서 파견된 경무관과 총경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이 경찰청과 업무를 연결하고 있다.

현재까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고소장이 접수된 8일 오후 상급기관인 경찰청 생활안전국에 해당 사실을 공식 보고했으며, 경찰청은 오후 7-8시경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청은 청와대 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 절차에 따라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경찰도 비슷하게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가 박원순 전 시장에게 피소사실을 알렸느냐 하는 점이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보고를 받았다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에게 관련 사실이 알려졌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들중 누군가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누설을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는 13일 "경찰로부터 박 시장이 고소를 당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이 사실을 (박 시장 측에) 통보한 적은 없다"고 했다. 경찰청 역시 이날 "박 시장이 업무상 위력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됐다는 접수 사실에 대해서는 청와대에 보고했다"며 "대통령령인 청와대비서실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청와대에 보고한 것 이외에) 박 시장 본인에게 고소 사실을 통보한 것은 없다"고 했다.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통보받은 건 명백한데, 관련 기관들이 모두 '통보한 적 없다'고 부인하는 웃기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물론 서울시청을 담당하는 정보 경찰 중 한 명이 박 전 시장 또는 측근에게 피소 사실을 알렸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청을 담당하는 공식적인 정보 경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공식적으로 출입하는 경찰관이 알렸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마저도 경찰은 부인하고 있다.

결국 박원순 전 시장에게 누설된 정보는 현재로선 청와대를 통해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청와대가 조사를 통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 청와대 누가 경찰청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으며, 이 보고는 청와대 누구에게 전달됐는지가 밝혀지면 누설자를 알아낼 수 있다. 법조계는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청와대 제1부속실 정호윤 전 행정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와대던, 경찰이던 고소인과 고소내용을 적시하여 고소장 접수 및 수사개시 사실을 피의자인 박원순 시장에게 통보하였다면 이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 다양한 죄목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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