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서 착용한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수의
백선엽 장군 빈소에 각계 인사들 조문 이어져
빗속 분향소 찾는 시민객들 발길도 끊이지 않아
6·25 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참전 당시 착용한 전투복을 수의로 입는다.
14일 유족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영결식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4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리는 입관식에서 백 장군은 6·25 전쟁에서 착용했던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옷을 수의로 입는다. 당시 전투복이 없었던 국군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입었던 군복 등을 입고 전쟁에 나섰다. 전쟁 초기 1950년 8월 경상북도 칠곡군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고 외치며 낙동강 전선 고지로 뛰어올랐을 때도 백 장군은 이 전투복을 입었다.
백 장군 빈소가 마련된 지 사흘째인 13일에도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1968년 1·21사태 당시 남파된 무장공비 출신 김신조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78)는 백 장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방문하며 백 장군을 처음 만난 50년 전을 회고했다. 김 목사는 “(장군님이) 김일성이 민족보위성 정찰국 특수부대를 창설한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다”며 “헤어질 때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가라’라고 한 그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백 장군의 장남 백남혁 씨(67)에게 “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심장이자 영혼이었다. 백 장군의 복무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장군의 뜻을 이어받아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백 장군의 시민분향소에도 시민객들의 조문은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천막이 설치된 세종대왕 동상에서 광화문역까지 이르는 200m 구간에는 한 줄에 6명씩 시민객들이 굵은 빗물을 맞아가며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온 김정은(39)씨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 백 장군님에 대한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며 “국가의 영웅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은 이 나라 시민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밝혔다. 인천 구월동에서 왔다는 한 청년(31)은 “제1사단에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백 장군님의 전설적인 일화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며 “친북 성향의 정권에서 돌아가신 탓에 장군님께서 이렇게 홀대받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날 시민분향소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조해진 통합당 의원 등의 모습도 보였다. 박 전 총장은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시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면서도 “더 이상 국론이 분열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과 함께 온 조 의원은 “창군의 원로이자 6·25 전쟁 영웅인 백 장군의 공적이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교육되지 않는다”면서 “어른으로서 깊은 반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