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서 착용한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수의
백선엽 장군 빈소에 각계 인사들 조문 이어져
빗속 분향소 찾는 시민객들 발길도 끊이지 않아

1950년 10월 동평양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백선엽 장군./위키피디아

6·25 전쟁 영웅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이 참전 당시 착용한 전투복을 수의로 입는다.

14일 유족 관계자 등에 따르면, 영결식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4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리는 입관식에서 백 장군은 6·25 전쟁에서 착용했던 전투복과 같은 모양의 옷을 수의로 입는다. 당시 전투복이 없었던 국군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이 입었던 군복 등을 입고 전쟁에 나섰다. 전쟁 초기 1950년 8월 경상북도 칠곡군 다부동 전투에서 “내가 앞장설 테니, 내가 물러나면 나를 쏴라”고 외치며 낙동강 전선 고지로 뛰어올랐을 때도 백 장군은 이 전투복을 입었다.

백 장군 빈소가 마련된 지 사흘째인 13일에도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1968년 1·21사태 당시 남파된 무장공비 출신 김신조 서울성락교회 원로목사(78)는 백 장군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방문하며 백 장군을 처음 만난 50년 전을 회고했다. 김 목사는 “(장군님이) 김일성이 민족보위성 정찰국 특수부대를 창설한 이유를 집요하게 물었다”며 “헤어질 때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가라’라고 한 그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도 빈소를 방문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백 장군의 장남 백남혁 씨(67)에게 “백 장군은 한미동맹의 심장이자 영혼이었다. 백 장군의 복무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장군의 뜻을 이어받아 확고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백 장군의 시민분향소에도 시민객들의 조문은 끊이지 않았다. 분향소 천막이 설치된 세종대왕 동상에서 광화문역까지 이르는 200m 구간에는 한 줄에 6명씩 시민객들이 굵은 빗물을 맞아가며 조문 차례를 기다렸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온 김정은(39)씨는 “어려서부터 할아버지께 백 장군님에 대한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며 “국가의 영웅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것은 이 나라 시민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밝혔다. 인천 구월동에서 왔다는 한 청년(31)은 “제1사단에서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백 장군님의 전설적인 일화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며 “친북 성향의 정권에서 돌아가신 탓에 장군님께서 이렇게 홀대받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이날 시민분향소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조해진 통합당 의원 등의 모습도 보였다. 박 전 총장은 “(백 장군을) 서울현충원에 모시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면서도 “더 이상 국론이 분열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과 함께 온 조 의원은 “창군의 원로이자 6·25 전쟁 영웅인 백 장군의 공적이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교육되지 않는다”면서 “어른으로서 깊은 반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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