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년도 안 채우고 나온 사퇴설…후임자는 오리무중
중앙일보 "사드배치 과정·한미연합훈련 축소요구에 서운했다" 언급 보도
국방부, 연합훈련 축소요구 여부 추궁에 "명시적으론 안했다" 진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미 육군 대장)이 올 하반기 전역을 희망해, 한국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보도가 15일 나왔다. 브룩스 사령관의 후임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한다. 사퇴설이 거론되기에 앞서 그가 남겼다는 일부 언급으로 한국 국방부가 진땀을 빼는 모습도 연출되고 있다. 

이날 중앙일보는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브룩스 사령관이 올 7~8월 연합사령관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미 행정부에 밝혔으며, 아직 이런 의사를 한국 국방부나 군 당국에 정식으로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브룩스 사령관이 올 하반기에 전역할 생각이라고 주변에 알려왔다는 전언도 있었다.

브룩스 사령관은 2016년 4월30일 한국에 부임했다. 연합사령관의 임기는 2~3년인데 역대 사령관들은 임기가 2년인 경우엔 대개 다른 4성 장군 보직으로 이동했고 3년을 채운 경우 전역하는 게 관례였다.
  
브룩스 사령관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중부군사령관(2010~2013년)으로 있을 때 참모로 일한 경력이 있어 매티스 장관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를 두고 중앙일보는 브룩스 사령관의 전역 결정을 '의외'라고 평가하면서 한 정부 소식통이 "브룩스 사령관이 왜 예편할 것인지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개인적 사정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브룩스 사령관이 좀 더 한국에 머물기를 바라는 국방부와 군 당국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그는 역대 연합사령관 중 가장 한국을 잘 이해한 사람이자, 애국가를 한국말로 4절까지 따라 부를 만큼 한국 문화에 애착이 남달랐다고 한다. 브룩스 사령관은 지난해 9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연합사령관 재직 중 사례로는 처음으로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받았다.

다만 중앙일보는 브룩스 사령관이 마냥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만 갖고 떠나는 건 아닌듯 하다고 전했다.

외교 소식통은 "브룩스 사령관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과정과 관련, 한국 측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달 시작할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북한을 고려해 축소·연기를 논의하자고 해 실망했다'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가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한미연합훈련 축소나 연기를 요청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군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명시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불분명한 답변에 같은 질문이 반복해서 나오자, 최 대변인은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부인하지도 못한 것이다.

그는 브룩스 사령관이 최근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알려진 사안에 대해서는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말씀드리기에 적절치 않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김학용 국방위원장 측은 서울 모처에서 브룩스 사령관을 만난 것은 맞지만 '좋지 않은 이야기'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훈련이 축소 또는 연기될 거라는 전망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스콧 스위프트 미국 태평양함대 사령관을 만나 "이번 한미연합훈련에는 미군 전략자산이 안 와도 된다"고 '실언'을 반복했다가 "격려 차원의 농담이었다"고 사후 수습에 나선 바 있다.

한편 한미연합사 측은 이날 브룩스 사령관이 7~8월께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어떠한 증거나 이유도 없다"며 부인했다고 이날 헤럴드경제가 보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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