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추행으로 재판 넘겨진 교수 소속된 서울대 서문과, 인건비와 장학금도 빼돌려
서울대 감사실 "교수들 징계 권고, 부당 회수한 8,728만원도 반납하라"
대학원생들 "인건비와 장학금 받아도 매번 학과에 돌려줘...'알바'하며 버텼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배가 불렀다', '감사할 줄 모른다' 등으로 일관해

대학 교수가 대학원생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논란이 된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의 교수들이 대학원생으로부터 인건비를 1억원 이상 회수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서울대 감사 결과 서울대 서문과 소속 교수 6명은 대학원생들이 지급받은 연구지원금과 장학금을 공동관리 계좌로 반납하도록 지시해왔다. 서울대는 이들 교수 중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교수직에서 해임된 A씨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서울대 상근감사실이 구체적으로 밝혀낸 바에 따르면 서문과는 2014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수업 강의 조교로 추천한 대학원생들에게 해당 업무를 시키지 않았으면서 강의 조교 연구지원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들로부터 지원금 중 일부를 학과사무실이 관리하는 '일괄 관리금' 계좌로 돌려받았다.

맞춤형 장학금 대상자로 등록금 감면 혜택을 받은 대학원생들은 수급한 장학금을 '일괄 관리금' 계좌로 송금했다.

서울대 서문과가 대학원생들로부터 이런 방식으로 회수한 금액은 총 8,728만원에 달했다.

교수들은 "일괄 관리는 2009년 무렵부터 관행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일괄 관리금이 학과 공식 행사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문제된다는 생각을 못 했다"는 입장을 감사실에 밝힌 상태다.

그러나 감사실은 "인건비 회수 및 관리 목적이 관련 규정에서 정한 취지와 절차를 위배했다"며 "서문과는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된 연구지원금 등을 임의로 회수해 일괄 관리했으며, 관리금 일부를 개인 계좌로 관리하고 교수 개인 명의로 기부하는 등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감사실은 교수들에 대한 징계 권고와 함께 학생들로부터 부당하게 회수한 8,728만원을 법인회계로 반납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조치를 대학본부 측에 요구했다. 

서문과 대학원생들은 교수들의 인건비 반납 요구에 그간 거절 의사를 보여왔다고 증언하고 있다. 한 졸업생은 일부 언론에 "인건비와 장학금을 받아도 매번 학과에 돌려주다 보니 대다수 대학원생이 과외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등 학업에 지장을 받으며 생활고를 겪어야만 했다"며 "대학원으로 들어오는 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적절히 분배되지 않고 과 통장으로 들어가 대부분 회식에 쓰인다는 사실에 불만을 느낀 학생들이 종종 문제를 제기했으나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졸업생도 "장학금 환수에 대해 교수들에게 항의하면 '배가 불렀다', '감사할 줄 모른다'며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 서문과 A교수는 제자를 2차례에 걸쳐 성추행하고 제자의 연구 성과를 가로챘다는 의혹으로 지난해 해임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이 서울대 인권센터에 인건비와 장학금 반납 문제 등을 소상히 밝히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대 인문대는 문제를 시인하고 징계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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