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시장 3선 연임 성공한 박원순, 안희정 성폭력 1심 재판 결과 비판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 있어...성범죄 판단할 때 감수성 굉장히 중요, 피해자 기준으로 해야"
김봉수 "고소 사실이라면 박 시장은 그 말을 했을 무렵에도 비서를 성추행하고 있었을 것"

전직 비서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형사 고소됐다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 종결 처리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1심 판결이 무죄로 나온 데 대해서는 판사를 비판했던 사실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박 시장이 전직 비서를 성추행하고 있었으면서 안 전 지사의 재판 문제에서는 성인지 감수성 등을 적극 내세우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주장한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박 시장은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3선 연임에 성공한 이후 여름 한 달을 서울 강북구 삼양동의 한 옥탑방에서 지냈다. 그는 같은해 8월 17일 일부 언론과 옥탑방 생활 한 달을 정리하는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의 판결 문제를 거론하며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는 안 전 지사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2018년 8월 14일 직후였다.

박 시장은 안 전 지사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사안 전체를 자세히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 느낌을 얘기하겠다”면서 “이런 사건(성범죄)을 판단할 때는 감수성이 굉장히 중요하고, 피해자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시장은 1993년 국내 최초의 성희롱 사건 재판으로 알려진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변호를 맡았던 경험을 털어놨다. 무료 변론을 맡은 그는 대학 조교가 교수로부터 원치 않는 신체 접촉 등을 강요당해 고소하게 된 1심 재판에서 이기고도 항소심에서 뒤집혔던 결과를 소개하며 “우리를 지게 만든 고등법원 판사가 수인한도(타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었을 때 참을 수 있는 정도)를 언급하더라”고 했다. 이에 그는 당시 대법원에 제출한 상고장에서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성적 모독감을 느꼈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게 요즘의 보편적 이론”이라는 등의 주장을 내세웠다고 한다.

박 시장이 내세운 선명한 입장은 안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의 판사 역시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주관적 판결을 내린 셈이라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그는 당일 인터뷰에서 “안희정 사건의 경우에도 ‘업무상 위력’의 객관적인 기준이 분명히 있지만, 주관적 상황에 따라서는 (판사가) 얼마든지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는 (판사가) 비판받을 대목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이를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는 수년간에 걸친 박 시장의 성추행을 구체적으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16년 이후 박 시장이 몸을 만지고 집무실 침대로 들어오길 요구했으며, 본인의 속옷 차림 사진과 성희롱성 문자 등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A씨는 수차례 거부 의사를 나타냈음에도 박 시장이 이 같은 행위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 변호사와 함께 서울경찰청을 찾은 A씨는 고소장 접수와 증거제출 등을 마친 상태다. 박 시장은 경찰이 고소장과 제출받은 증거 등에 기반해 사실 확인에 나서자 하루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비서의 고소가 사실이라면 박 시장은 그 말을 했을 무렵에도 비서를 성추행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나는 박 시장을 추모할 수가 없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은 결코 도덕적이지 않은데 규범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며 “이제 가면을 벗고 우리 삶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할 때가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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