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ILO 핵심협약은 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
경영계 "노사관계 동등케하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가뜩이나 경제가 좋지 않은데 정부가 나서 노조의 강성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ILO 비준만 강조하고, 그에 앞서 노사관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관련 법 제도의 개선은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일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서 "'K-방역'으로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격을 고려할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은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자, 선진국이 이행해야 할 당위적 의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6개국 중 ILO 핵심협약 8개를 모두 비준한 국가가 32개국(88.9%)이라며 "ILO 핵심협약은 전 세계 어느 노동자라도 기본적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가장 보편적인 규범"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덧붙여 ILO 핵심협약의 보류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익을 위해서도 ILO 핵심협약 비준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부의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ILO의 8가지 핵심협약 중 4가지를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87호)'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98호)' 그리고 '강제노동협약(29호)'와 '강제노동철폐협약(105호)'이다.

87호와 98호는 결사의 자유에 대한 내용으로,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해고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5급 이상 공무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안과 해직 교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교원노조법 개정안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는 2013년 법외 노조 통보를 받았던 전교조의 합법화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29호와 105호는 강제노동금지와 관련된 내용이다. 29호는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정부는 이와 관련해 4급 보충역 대상자도 군대 복무를 선택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105호는 '정치적 견해 표명'이나 '파업 참가' 등에 대한 처벌로 강제노동을 부과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국가보안법 등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이번 비준안에는 빠졌다.

이에 경영계는 우리나라가 노조가 강성화하는 상황 속에서 노동자 권리 증진에 앞서 노사관계를 동등케하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동관계법 등 ILO 핵심협약 관련 법률의 개정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는 향후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와의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시 사용자 처벌규정 삭제, 노조 측 부당노동행위 신설,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 노사관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을 수 있는 법 제도의 개선도 반드시 함께 입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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