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김정은과 북한은 연대 책임으로 국군포로 2명에게 강제 노역에 따른 손해 배상해야”
(사)물망초재단 노력으로 2016년 제기된 손해배상청구소송...지난 1월 첫 변론 있은 후 반년만에 원고승 판결 얻어내
북한 당국과 김정은을 우리 법의 심판대에 세운 史上 첫 사례...北 불법행위 관련 소송 줄 이을 듯

6.25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됐다가 40여년만에 조국의 품으로 되돌아온 국군포로 2명이 북한의 수괴(首魁) 김정은을 피고로 대한민국 법원의 심판대에 세운 첫 재판에서 우리 법원이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정전(停戰) 후 본국인 대한민국으로 적절히 송환되지 못 한 채 북한 정권에 의해 노동을 강요당했다는 사실과 관련해 북한 김정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한 모 씨와 서 모 씨 등 국군포로 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7일 피고 김정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연대 책임을 지고 원고 2명에게 각 21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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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국군포로 2명이 북한과 김정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7일 피고 김정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연대 책임을 지고 원고 2명에게 각 21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 후 열린 기자회견의 모습.(사진=박순종 기자)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인 휴전선 북쪽을 점거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을 ‘사실상의 지방정부와 유사한 정치 단체’로서 ‘비법인(非法人) 사단’이라고 판시하면서 북한이 우리 법정에서 민사 소송의 당사자 능력이 있음을 인정한 한편 북한은 우리 헌법 아래에서 ‘외국’이 아니므로 국제법상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의 면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2016년부터 재판을 준비해 온 (사)물망초재단 측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령인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이 우리 국민에 대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이들을 피고로 해 우리 법정에서 직접 민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이정표적인 판결”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재단 측은 “아직도 북한에 억류된 채 최하위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국군포로들의 송환과 이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북한을 방문한 역대 대한민국 지도자 가운데 그 누구도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면서 “북한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들이 고령임을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국군포로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행동에 정부가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탈북 국군포로 한 씨도 이날 재판장을 찾아 승소(勝訴)의 감격을 누렸다. 판결 선고 후 있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씨는 (사)물망초재단 측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자식들을 생각해 신원과 관련한 언급은 아꼈다.

피해 보상의 구체적 방법과 관련해 원고들을 대리한 (사)물망초재단 측은 북한에 지급할 저작권료 지급 및 징수 권한을 위임받은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법원 공탁금에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구충서 변호사는 “향후 계속적으로 북한과 김정은의 재산을 추적해 집행함으로써 북한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함과 동시에 북한의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손해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지난 1950년 발발한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북한 측에 포로로 잡힌 이들은 최소 5만명에서 최대 7만명 규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인 1953년부터 1954년 사이에 우리 측으로 송환된 국군포로의 숫자는 8천343명에 불과했다.

현재 북한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의 숫자는 수 백 명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살아만 있다면 이들은 모두 80대 후반에서 90대의 고령에 접어든 상태.

북한 김정은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우리 법원의 심판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만큼,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북한과 북한의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재판들이 줄을 잇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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