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신임 사무총장 입후보 등록 8일 마감
한국,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도전
김상조, 세 번째인 WTO 사무총장 도전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 자신감
미국, 중국, 유럽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
유명희 후보가 25년간 통상 외길 걸은 통상전문가이자 여성 리더임을 강조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표심 잡는 것
세계무역기구(WTO)가 신임 사무총장 입후보 등록을 8일(현지 시간) 마감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후보로 출전시킨 한국 정부는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에 돌입한다.
7일 WTO에 따르면 이날까지 한국의 유 본부장을 비롯해 멕시코,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후보가 사무총장 입후보 등록을 마쳤다. 필 호건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혔으나 최근 출마 포기 의사를 밝혔다.
각국 후보들은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WTO 일반이사회 공식회의에서 향후 비전을 발표해야 한다. 이후 지지도가 낮은 후보들부터 탈락시키는 선출 과정이 진행된다. 최종 선출에 통상 6개월이 소요되지만 WTO가 리더십 공백을 줄이기 위해 절차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는 세 번째인 WTO 사무총장 도전에 ‘해볼 만하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중견국' 지위를 강조하며 표심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유럽 사이에서 중립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유 본부장이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은 통상전문가라는 점과 역대 WTO 사무총장 가운데 여성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점 등을 강조할 계획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도 “제네바 무역 대표단은 처음으로 WTO를 이끌 여성을 선택해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이 있다”고 전한 바 있다.
판세가 한국에 불리한 편은 아니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후보는 현재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멕시코 출신인 점 때문에 불리하다. 회원국들이 주요 국제기구 2곳의 수장을 한 국가가 가져가는 데 대해 견제심리를 갖게 될 수 있다.
아프리카는 WTO 164개 회원국 가운데 약 3분의 1인 54개국 회원을 거느리고 있으나 최근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와 이집트의 하미드 맘두 후보가 따로 출마하고 나섰기에 아프리카표의 분산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단계별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들 후보 중 살아남는 1명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일본이 한국인 사무총장 후보에 반기를 들고 나선 점은 악재일 수 있다. 이에 김상조 정책실장은 “일본은 아시아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을까 봐 한국 후보가 WTO 사무총장이 되는 것을 당연히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에 대비해 우리도 자원을 총력 동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표심을 잡는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이 각자 원하는 후보를 밀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줄 세우기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하는 데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만큼, 편 가르기를 강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