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딜라이브, LG헬로비전-티캐스트 갈등 격화...채널 송출 중단하는 '블랙아웃'까지?
험난한 송출 수수료 및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저마다 '정상화' 주장
인수합병으로 계열 채널 주인 '손바뀜'되자 서로 배려 안하고 다툼 커져
종편-지상파 시청률 하락세인 상황에서 수익 극대화 나선 측면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업체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는 가운데 방송 중단에 법정 다툼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업계에선 방송 시장의 위기감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방송업체들이 수익 배분과 편성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새판짜기를 벌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6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케이블TV와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발송한 공문에서 프로그램 사용료 15~30% 인상을 요구했다.

CJ ENM은 엠넷과 OCN, tvN, 온스타일, 올리브 등 16개 채널을 휘하에 두고 있는 국내 최대 복수방송사용채널사업자(MPP)다.

CJ ENM은 최근 딜라이브가 CJ오쇼핑의 송출 수수료 삭감에 강력 반발하면서 지급해야 할 프로그램 사용료를 '맞삭감'하자 '블랙아웃'까지 경고했다. '블랙아웃'은 채널 송출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가입자 200만명의 수도권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딜라이브는 지속적으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으나 CJ ENM은 사용료가 수년간 동결된 만큼 반드시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측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최악의 경우 200만명에 달하는 딜라이브 가입자가 CJ ENM 전 채널을 이용하지 못 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올해 초 CJ ENM와 LG유플러스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도 '블랙아웃'이 거론된 바 있다.

업계는 과거 같으면 내부적으로 봉합되고 그쳤을 갈등이 올해 이후 줄줄이 공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면서 누적되는 업계 갈등이 위험 수위에 이른 상태라고 밝혔다.

방송산업의 지형은 최근 수년간 급변했다. IPTV의 급성장과 잇따른 인수합병(M&A)에 따른 결과다. 업체들은 이렇게 재편된 새로운 시장에서 저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갈등을 벌이고 있다.

CJ ENM이 지난해 이후부터 업체들에게 사용료를 올려 받는 공격적 행보에 나섰다. CJ ENM은 모든 시청 지표가 하락세인 지상파에 밀릴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 이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방송 사업자가 예전처럼 계열 채널을 운영하는 구조가 해체된 것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티브로드-티캐스트와 CJ헬로비전-CJ ENM 체제에선 양측이 서로의 사업을 배려했지만 티브로드가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이 LG유플러스에 각각 인수된 이후로는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

이번 LG헬로비전과 티캐스트의 채널 편성 분쟁은 단적인 예다. 티캐스트는 티브로드라는 버팀목이 없어진 상황에서 LG헬로비전에서 퇴출됐다. LG헬로비전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채널 개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 자료에 따르면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종합유선방송(SO), 위성방송 등 대부분 업종의 매출은 일제히 감소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매출이 늘었난 IPTV를 제외하면 모든 업종의 성장세는 해가 갈수록 둔화하는 추세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뉴미디어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기존 방송 사업자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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