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과거 親北 발언과 대북송금 처벌...국정원장 내정 '부적절' 의견 이어져
朴, 1998년 이후 핵개발하던 北에 4억5천만 달러 규모 현찰 송금으로 징역 살아
통합당 "전직 대북라인 그대로 배치...실패로 판명된 대북정책 밀어붙이겠다는 뜻인가"
허현준 "북측 수괴에 자금 대주는 간첩질을 한 자를 국정원장으로 내정하다니"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손을 맞잡은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사진=연합뉴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손을 맞잡은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사진=연합뉴스)

청와대가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한 가운데, 그의 과거 행보와 발언 등이 국정원장의 업무와는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3일 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발표하고 박 전 의원을 신임 국정원장으로 내정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갈 데까지 간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박 전 의원이 과거 대북정책과 관련해 처벌받은 경력이 있고, 북한 문제에 관련해 다분히 국정원장 직엔 걸맞지 않은 친북(親北)적 발언들을 해와서다.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내정에 가장 큰 비판여론으로 거론되는 것은 ‘불법 대북송금’ 문제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이뤄진 불법 대북송금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는다. 북한이 1998년 이후 본격적으로 핵개발에 들어가 자금이 절실했던 시기에 4억5000만 달러 규모 현찰을 송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전 의원은 2003년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서 SK그룹에서 7,000만 원, 금호그룹에서 3,000만 원을 받은 혐의와 (알선수재죄) 직권남용, 외국환거래법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과 추징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2003녀 7월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박 전 의원.
2003녀 7월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는 박 전 의원.

이외 ‘부적절’ 의견을 내는 인사들 중에선 박 전 의원이 수차례 방북을 했다는 점을 거론하기도 한다.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6.15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하는 등 수차례 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했고, 2년 전인 2018년에도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방북해왔다. ‘햇볕정책’ ‘중재자론’ 등 다소 과격한 대화정책을 이끌었던 정부에서 대북정책에 관여한 만큼, 이번 국정원장 내정이 문재인 정부의 과격한 대북행보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00년 방북 당시 박 전 의원(중앙)과 북한 김정일(우).
2000년 방북 당시 박 전 의원(중앙)과 북한 김정일(우).

박 전 의원의 국정원행과 관련한 비판은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이날 논평을 내놓고 박 전 의원을 비롯한 청와대 내정에 대해 비판했다. 통합당은 “진전없는 남북미 관계와 안보위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은 더욱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는 유래없는 회전문 인사”라며 “전직 대북 라인을 그대로 배치했다. 이미 실패로 판명된 대북정책을 수정 없이 밀어 붙이겠다는 뜻인가”라며 문재인 정부가 안보를 등한시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정원장의 임무를 잘해줬으면 한다”며 “(대북송금과 관련한 문제에서는) 이미 대가를 치렀다고 본다. 박 전 의원은 (이전 발언도 있었으니) 국정원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 것이라 본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권영세 통합당 의원은 이날 펜앤드마이크 뉴스에서 "불법 대북송금 문제로 실형까지 받은 분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인사"라며 "그 쪽에서도 그런 부분을 생각했을텐데, 절대 과반을 가진 여당이 마음대로 하겠다는 차원에서 마음대로 임명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고집이 세다. 대북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이날 “(박 전 의원은) 김정일에 수천억원을 대북송금으로 바친 자다. 그것도 가장 철저히 신정체제 괴뢰집단과 맞서야 할 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며 “국정원이 북측 수괴에 자금을 대주는 간첩질을 한 셈인데 그런 자를 국정원장으로 내정하다니”라고 이번 내정을 ‘간첩질’에 비유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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