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삼 칼럼] 역사 연구를 국가보안법으로 재갈 물리겠다고 나선 정치인과 그 부역자들
[김용삼 칼럼] 역사 연구를 국가보안법으로 재갈 물리겠다고 나선 정치인과 그 부역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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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의원, 조선시대 판 분서갱유, 사문난적(斯文亂賊)의 완벽한 부활을 선포하다

#1. 역사 연구를 국가보안법으로 통제하겠다고?

지난 2일,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이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의 대표 저자 이영훈 교수를 비롯한 필진과, 수업 시간에 ‘위안부’ 발언을 한 연세대 류석춘 교수를 고소·고발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이유는 “영토주권을 포기하고 일본제국주의 전쟁범죄로 평생 고통 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노동의 대가조차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학자들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과 양심은커녕 피로써 되찾은 대한민국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는 행동에 대한 사법기관의 엄정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양태정 변호사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을 출간한 이영훈 등은 “건전한 역사관을 뒤흔들고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마음을 더할 수 없이 아프게 하고 있다”면서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비롯한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집필진들과 류석춘 교수를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을 밝히면 『반일종족주의』와 그 후속작인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은 송영길 의원이나 양태정 변호사가 말하는 그런 주장이 전혀 사실적 근거가 없음을 사료를 통해 밝혀낸 학술연구서다. 그러한 주장은 미신이나 다름없는 반일종족주의의 망상에서 기인한 것이란 점을 밝힌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허구라고 폭로한 이 책이 그리도 무서웠던 것일까? 총선이 끝나자마자 ‘역사왜곡 금지법’ 제정을 선포하더니 이번에는 국가보안법까지 들먹이며 학문 활동에 재갈을 물리겠단다.

역사 연구를 국가보안법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앞장선 원조는 황태연 동국대 교수다. 그는 지난해 10월 발매한 『일제종족주의』라는 책에서 “일제 식민통치 옹호행위 및 일제의 역사부정에 대한 내응 행위 처벌법”을 특별법으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법의 제정이 안 될 경우 국가보안법을 동원해서라도 일본의 주장에 부역하는 '부왜노'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황태연 외 지음, 『일제종족주의』, 넥센미디어, 2019, 92~102쪽).

국가보안법이 인권을 억악하는 악법이니 폐지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외쳐댔던 좌파 인사들이 일제히 국가보안법을 옹호하면서, 그 법에 의해 역사 연구자들을 처벌하라고 쌍나팔을 불고 있으니 상전벽해의 세상이 실감난다. 아이구 무서워라. 인권과 민주를 밥먹듯 외치는 사람들이 알고 보니 팟쇼 전체주의자였군 그래.

2020년 7월 2일, 드디어 이 땅에 조선시대 판 분서갱유이자, 사문난적(斯文亂賊)의 완벽한 부활이 선포되었다. 대체 이 분들 뭘 어쩌자고 이러는 것일까? 그들의 역사 부정죄 처벌의 논리 구조는 무엇일까?

지난 2일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이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저자들을 고소고발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유는 “영토주권을 포기하고 일본제국주의 전쟁범죄로 평생 고통 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노동의 대가조차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은 송 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사료를 통해 낱낱이 밝힌 학술서다. 조선시대판 분서갱유, 사문난적의 시대가 도래했다(사진 연합뉴스).
지난 2일 송영길 국회 외통위원장이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저자들을 고소고발하겠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유는 “영토주권을 포기하고 일본제국주의 전쟁범죄로 평생 고통 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강제노동의 대가조차 지급받지 못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은 송 위원장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란 점을 사료를 통해 낱낱이 밝힌 학술서다. 조선시대판 분서갱유, 사문난적의 시대가 도래했다(사진 연합뉴스).

 

#2. 쇄국·근대화의 가치관 충돌

서세동점의 질풍노도가 몰려온 이래 이 땅에는 두 가지 사고체계가 똬리를 틀고 대립 격돌했다. 하나는 주자성리학의 고수를 통한 기존 체제(조선왕조·대한제국)의 유지, 즉 폐쇄 쇄국의 길이있다. 다른 하나는 개혁 개방을 통한 개인의 자유 확보, 즉 근대화의 길이었다. 이 두 상이한 가치관은 1876년 일본에 의한 개항 이래 지금 이 순간까지 한국인들을 두 패로 갈라 죽기 아니면 살기,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치 식의 충돌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남한과 북한, 좌익과 우익, 자유시장경제와 계획경제, 진보와 보수, 자유통상 대 자력갱생, 개인의 자유와 파쇼적 전체주의, 해양문명과 대륙문명,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친미·친일과 친중·친북이라는 대립구도는 번지르르한 레토릭일 뿐, 그 핵심 본질은 쇄국과 근대화의 가치관 충돌이다.

송영길 의원 및 위안부, 징용 피해자들에게 고소당한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8명의 저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송영길 의원 및 위안부, 징용 피해자들에게 고소당한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한 8명의 저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

 

#3. 그들은 무엇을 수호하려 발버둥 쳤나?

폐쇄·고립·쇄국을 통한 봉건 질서의 존속을 추구한 주자성리학자들은 조선의 양반 관료요, 곧 양반 관료가 될 선비·유생 세력이었다. 그들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보다 잔인하고 가혹한 반상(班常)의 신분구조를 왕조가 멸망할 때까지 고수하려고 발버둥 쳤다.

특정 가문의 세도정치를 통한 권력의 대물림, 교육의 세습을 통해 대토지 소유, 수백~수천 명 노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대대손손 막강한 부를 향유해온 집단이 주자성리학자들이었다. 세종의 여덟 째 아들 영응대군 집에는 노비 1만 명, 광해군의 형 임해군은 서울에 300명, 시골에 수천 명의 노비를 소유하고 있었다(문소영, 『못난 조선』, 나남, 2018, 152쪽).

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은 집안에 노비가 367명이었다. 이황은 노비로부터 받아야 할 공물이 늦으면 “통렬히 징계하여 하나하나 받으라”고 명령했다. 그의 소유 토지는 경상도에 355필지 2,915두락, 노비들이 운영하는 전답 116두락이었다. 이황이 소유한 땅 면적을 평수로 환산하면 58만 3,000평이었다(박종인, 『대한민국 징비록』, 와이즈맵, 2019, 246~247쪽).

겉으로는 안빈낙도와 청빈을 인생 최고의 가치관으로 내세웠던 그들이었기에 그 행태가 더더욱 가증스럽다.

퇴계 이황이 벼슬을 사직하고 낙향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모습. 안빈낙도를 외쳤던 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은 집안에 노비가 367명이었고, 소유한 땅 면적은 58만 3,000평의 대지주였다(사진 연합뉴스).
퇴계 이황이 벼슬을 사직하고 낙향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모습. 안빈낙도를 외쳤던 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은 집안에 노비가 367명이었고, 소유한 땅 면적은 58만 3,000평의 대지주였다(사진 연합뉴스).

 

#4. 주자성리학자들의 유토피아, 조선

그들 세계에선 조선왕조가 곧 지상천국, 유토피아였다. 동족을 노비로 사고 파는 악질적 노예제 국가라는 비난이 제기되건 말건, 가렴주구로 백성들이 죽어나든 말든 그것은 양반들이 알 바 아니었다.

자신들의 부와 권력의 향유와 대물림을 위해선 조선왕조가 절대 망해선 안 된다. 주자성리학자들은 죽기 살기로 근대화에 저항했고, 개혁 개방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상것들, 천한 것들이 근대화 물을 먹으면 저항 세력이 된다. 개인의 자유를 요구한다든가, 나라의 주인 행세 하려 드는 의회를 설립한다든가, 양반과 말을 섞는 따위의 행위는 대역죄에 해당하므로 이들 편드는 개화 세력은 사문난적(斯文亂賊)로 몰아 삼족을 멸했다.

그들은 의병까지 일으켜 조선왕조, 대한제국의 안녕을 수호하고 나섰다. 그런데, 의병투쟁이라는 수단까지 동원하여 그들이 수호하려 한 실체는 이 강토와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이 아니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 보호해주는 보수 반동의 왕조체제, 양반-상놈의 신분제도, 착취구조를 합리화 시켜주는 주자성리학적 가치관이었다.

#5. ‘소중화(小中華)’라는 정신질환

그들에게 주자성리학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고지순(至高至純)의 가치였다. 자신들이 이상향으로 섬겨왔던 대국 명나라가 상스러운 오랑캐 야만의 청나라에 멸망한 후 그들은 중화의 법통을 조선이 이어받아 소중화(小中華)가 되었다고 자위했다. 급기야 소중화의 레토릭은 점점 더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진화한다.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에 중독된 국사학자들은 고종이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에 오른 행위, 청나라 연호를 폐기하고, 광무(光武)라는 독자 연호 사용을 선포한 것을 명실상부한 독립국으로서의 출발이라고 해석한다. 이태진 같은 학자는 대한제국이 18세기 영조·정조 이래의 민국 정치이념을 계승해 일본의 천황대권을 규정한 메이지헌법과 제국의회에 비견되는 대한국(大韓國) 국제(國制) 및 중추원을 기반으로 수립된 근대 국민국가라고 주장했다(이태진, 『고종시대의 재조명』, 태학사, 2004, 74~81쪽).

#6.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까닭은?

이것은 순전히 이태진 교수의 개인 의견이니 착각하지 마시기 바란다. 역사적 사실(historical fact)은 그런 주장과는 정반대다. 당시 주한 러시아공사 스페에르의 비밀 보고에 의하면 스페에르는 “세계 어느 나라도 고종을 황제로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극력 반대했다.

하지만 고종은 “대원군과 대비의 음모 때문에 황제 즉위식이 부득이하다. 영국에 체류하고 있는 대원군의 손자(이준용)를 왕으로 옹립시켜 자신을 퇴위시키려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황제 즉위를 강행했다(1897년 10월 28일 스페에르 대리공사가 본국 외무부에 보낸 비밀 전문).

조선 국왕과 지배 엘리트는 대한제국을 선포하는 순간까지도 중화(明)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은 꿈도 꾸지 못했다. 칭제건원의 기본 논리는 “조선은 한·당·송·명의 중화문물을 계승한 적자다. 중화의 법통을 이어받아 ‘기자(箕子)의 땅’ 조선에 진정한 중화가 완성되었으니 우리도 황제의 나라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착각과 환상에 빠졌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에 오른 것은 ‘조선중화주의’의 완성을 만천하에 알리는 신고식이었다. 이제 조선이 주자성리학의 본향이요, 지구상 가장 선진문명 집단이 되었으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번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오른쪽 세 번째). 이제 학문 연구도 법으로 재단당하는 파쇼 전체주의 시대가 이 땅에 재현되고 있다.
『반일종족주의와의 투쟁』 출판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오른쪽 세 번째). 이제 학문 연구도 법으로 재단당하는 파쇼 전체주의 시대가 이 땅에 재현되고 있다.

 

#7. 무엇을 위한 의병투쟁이었나?

지고지순의 유토피아 조선을 개혁개방, 근대화의 이름으로 짓밟은 악마는 금수(禽獸)나 다름없는 서양 야만인과, 그들의 앞잡이인 ‘왜놈’이었다. 특히 문명국가 축에 끼지도 못했던 왜놈 쪽발이의 조선 침략은 주자성리학자들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폭거였다. 그들은 의병을 일으켜 유토피아의 숨통을 끊으려 하는 제국주의 일본에 저항했다. 그러한 항거의 중심에는 대부분 주자성리학자들이 있었다.

조선주차군사령부가 간행한 『조선폭도 토벌지』에 따르면 1910년 8월 말 한국병합 때까지 의병과 일본군의 전투 횟수는 2,819회, 전투에 참여한 의병은 4만 1,603명이었다. 1906년부터 1911년까지 6년간 일본군은 조선 의병 1만 7,779명을 사살했다.

일본군의 가혹한 토벌로 한반도 내에서 의병활동이 불가능하자 그들은 강 건너 러시아로, 간도로 이주하여 투쟁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해외까지 나가 고군분투한 의병들의 투쟁 목표와 활동지침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의 독립? 백성들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

물론 그런 목표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자성리학자 출신 의병장들의 목표는 분명하고 뚜렷했다. 주자성리학의 법도가 왕성하게 작동되는 유토피아의 회복! 이것을 위해 그들은 투쟁·폭력·암살·파괴의 길로 매진했다.

#8. 신채호의 ‘한놈 정신’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으로 해석하는 인물이 신채호다. 오늘날 신채호의 화끈하고 격렬하기 이를 데 없는 민족주의적 투쟁사관은 대한민국 전 영역, 특히 문화적·정신적·사상적 영역마저 완벽하게 석권했다.

신채호가 자신의 투쟁사관을 표출하기 위해 1916년 상하이에서 쓴 단편소설이 『꿈하늘』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한놈’이다. 신채호의 ‘한놈’은 그가 꿈꾸어 왔던 독립운동가의 표상이다. 어느 날 한놈은 천관(天官)으로부터 “인간에게는 싸움뿐이니라. 싸움에 이기면 살고 지면 죽나니 신의 명령이 이러하니라”라는 계시를 받는다.

신채호의 ‘한놈’은 죽기 살기로 일제의 침략에 저항하여 무한 투쟁을 반복하는 존재다. 투쟁 과정에서 동지가 배반하면 동지를 죽이고, 부모가 나를 배반하면 부모도 서슴없이 죽인다. 왼팔이 배반하면 왼팔을 베어버리고, 오른팔이 배반하면 오른팔마저 베어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몸뚱아리 데굴데굴 굴려가며 일제와 투쟁하는 화끈하고 강렬한 투쟁정신과 민족감정….

이러한 ‘한놈’ 정신의 완벽한 표출이 김원봉의 의열단이요, 만주벌판에서 풍찬노숙하며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시고, 가랑잎 타고 바다를 건너시며, 모래알로 쌀밥을 지어 먹으며 왜놈을 물리친” 백두혈통 김일성 장군 신화가 창조되었다.

#9. ‘이씨 조선’에서 ‘김씨 조선’으로 부활한 북한

오늘날 북한은 완벽한 조선왕조의 부활이다. 왕조 창업자가 이씨에서 김씨로 치환되었을 뿐, 황홀한 세습 시스템과 주자성리학을 대체한 영생불멸의 주체사상과 수령론으로 무장한 파쇼 전체주의의 극치를 세계만방에 떨치고 있다.

그들 사상적 뿌리는 폐쇄 쇄국이요, 공산당이 양반을 대체한 계급 독재다. 봉건왕조 체제 유지를 위해 인민들의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하는 지구상 최악의 실패국가다. 그런 세계를 유토피아로 동경하는 주체교 신자들이 남한 땅에도 우글거린다. 신채호의 ‘한놈’ 정신으로 똘똘 뭉친 21세기판 주자성리학자들이다.

#10.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는 개혁·개방 세력

대한민국 건국 세력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주자성리학이 판을 치던 구한말에 개화·개혁·개방의 봉화를 올린 세력이다. 대부분 의사와 역관 출신의 중인으로 구성된 개화세력은 명분이 아닌 실사구시, 사농공상(士農工商)가 아닌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신분구조, 강고한 신분제도 타파, 여성의 인권 보장, 신분세습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예우 받는 사회, 만민평등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쳤다.

스스로의 힘으로 개혁·개방이 불가능하자 그들은 외부의 힘을 빌려 이 땅을 개혁하려 했다. 개혁의 실패는 곧 조선의 폐망이었고, 나라가 망한 후엔 현실적 독립운동의 길을 걸었다. 이 나라를 독립시키기 위해 신채호의 ‘한놈’ 식 투쟁이 아닌, 국제정세의 흐름을 읽고 세계 공론 에 호소하는 외교독립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한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항복했을 때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일본으로부터 조선을 분리시킨 다음, 유엔총회 결의에 의해 대한민국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 나라의 독립과 해방, 건국은 ‘한놈’ 식 항일무장 결사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유엔이라는 국제사회의 도움 덕분이란 사실조차 저들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애오라지 만주벌판에서 항일무장투쟁의 결과 일제를 꿇리고 조국광복을 이루었다는 만화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세계사의 흐름에 무지한 채 ‘한놈’ 정신에 도취되어 애오라지 투쟁만을 부르짖는 국수주의 세력들이 반일·반미 감정을 부추기며 쇄국·폐쇄·자력갱생·우리 식대로·주체의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은 비단 문재인 정부 관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땅의 국뽕에 취한 국수주의적 정치인, 언론인, 학자, 교수, 법조인, 필부필부들도 동일한 사상의 궤적을 탐미하고 있다.

국수주의적 민족주의 함정에 빠져 집단 세뇌된 정치인과 국민들에게 닥칠 미래는 중세적 암흑뿐이다. 드디어 대한민국도 ‘조선’으로의 거대한 퇴보를 시작했다. 근대에서 중세 봉건시대로 격렬하게 후진하는 이 나라 국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국의 뜻 있는 인사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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