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 개표 결과...개헌안에 78% 지지, 22% 반대
개헌안, 푸틴 대통령 기존 임기 '백지화'하는 특별조항 담겨
네 번째 임기 마칠 푸틴, 2024년부터 6년 임기 대통령직 두 차례 더 역임 가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30년 이상 장기집권의 길이 열렸다. 1일(현지시간) 실시된 러시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 개표 결과 푸틴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를 가능케 하는 개헌안 지지가 압도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2036년까지 권력을 놓지 않을 수 있게 됐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RT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 개정 국민투표 개표가 95% 진행된 상황에서 78%의 투표자가 개헌을 지지하고 22%가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전국 투표율은 65%로 찬성표가 50%를 넘기면 이번 개헌안은 통과된다.

이번 투표는 공휴일로 정해진 지난 1일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됐다. 투표는 11개 시간대로 나뉜 러시아 전역 9만6천여개 투표소에서 차례로 시작됐다. 수도 모스크바보다 9시간 빠른 캄차카주(州)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투표는 모스크바보다 1시간 늦은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주 투표소가 문을 닫으면서 모두 종료됐다. 개표 역시 투표가 가장 먼저 종료된 극동·시베리아 지역부터 곧바로 시작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투표를 4월 22일에 치를 예정이었으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여파로 한 차례 연기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투표에서도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이유로 지난 1일 본 투표일에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의 사전 투표를 허용했다. 또한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 니줴고로드주 등 2개 지역에선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투표도 허용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중순 연례 국정연설에서 개헌을 전격 제안한 바 있다. 이후 개헌안은 지난 3월 의회(상·하원)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때문에 국민투표가 개헌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법적 절차는 아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국민투표에서 다수의 국민적 지지를 얻어야만 개헌안 발효가 가능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예상대로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사실상 통과되면서 푸틴 대통령은 네 번째 임기를 마친 뒤에도 대선 재출마가 가능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72세가 되는 2024년에 다섯 번째 집권을 위한 대선에 재출마할 예정이다. 개헌안 통과로 푸틴 대통령은 본인 의사에 따라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역임할 수 있다.

이번 개헌안에는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 즉 0번으로 간주하는 특별조항이 '동일 인물의 두 차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과 함께 들어가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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