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기관 지휘 거치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
“법리상 범죄 성립 및 혐의 입증부터 하라”
앞서 중앙지검, ‘독자적 수사하겠다’며 사실상 항명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 ‘특임 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는 서울중앙지검의 요구를 거부했다. 사실상 중앙지검이 상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범죄 성부(成否)에 대한 설득부터 하라”고 지적한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은 “범죄 성부(成否)에 대해서도 설득을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수사는 인권 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의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그러면서 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A 이모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 점을 문제 삼았다. 대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했다면 최소한 그 단계에서는 법리상 범죄 성립과 혐의 입증에 대해서는 지휘부서인 대검을 설득시켜라”고 했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강요죄로 구속된 피고인은 성범죄 관련 1명이다. 강요죄보다 혐의가 가벼운 강요미수죄에 대한 통계는 집계되지 않는다. 강요죄 구속자가 통계상 1명인 점에 비춰봤을 때 강요미수죄 구속 사례는 그보다 더 드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중앙지검 수사팀은 전날 채널A 기자 사건에 대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대검찰청에 이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본 사안의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중앙지검에 ‘특임 검사’에 준하는 직무의 독립성을 부여해 줄 것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이 ‘특임 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요구한 데는 채널A 기자 사건에 관계된 한동훈 검사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착해 이철 전 VK 대표 측을 협박했다는 MBC 보도를 바탕으로 수사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앙지검의 건의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특임검사는 통상 의혹 제기·수사 초기 단계에서 검찰총장이 지명한다. 그런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중앙지검이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요구한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 시점에서 특임검사 대우를 건의한 것은 중앙지검이 ‘독자적인 수사를 하겠다’며 대검에 항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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