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최고위, 박수현 불러 회의後 "소명 충분히 들었다"고만
비문계 5선 이종걸·4선 안민석 "박수현 진실한 사람" 대변
野 "추문당, 국민 앞 추태 그만" "이종걸·안민석 경고줘야"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친문(親문재인)계 '추미애 지도부'가 6·13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한 '안희정의 친구'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 권고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최근 비문(非문재인)계 일부 정치인들이 공개 반발하면서 당 내홍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14일 오전 10시부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을 불러 불륜 및 여성당직자 특혜공천 의혹 진상과 그의 예비후보 자격 문제를 2시간여 논의했다. 이틀 전 예비후보 자격 문제를 추가 심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우원식 원내대표 등이 접촉해 한 차례 사퇴를 권고하고도 박 전 대변인이 수용하지 않자 이날 후보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지만, 최고위는 회의 후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가졌다"는 것 이상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회의 참석자들도 논의 결과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당사자인 박 전 대변인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최고위에 충분히 소명했고 최고위는 상세하게 들었다"고만 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안희정 여비서 성폭행 파문'에 이은 '박수현 불륜설'로 충남은 물론 지방선거 전체 판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해 온 만큼, 여권 일각에서는 이날 불투명한 회의 결과를 놓고 '박 전 대변인에게 자진 사퇴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문계로 분류되는 5선의 이종걸 의원, 4선의 안민석 의원은 하루 전부터 페이스북에 잇따라 지지 성명을 올리는 등 '박수현 지키기'에 공개적으로 나섰다. 

13일 이종걸 의원은 '박수현은 진실된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박수현 (전) 대변인의 전처 되시는 분은 (오래 전) 희망이 없고 무능력하기까지한 남편을 버린 것"이라며 불륜설을 부정했다.

이 의원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당시 원내대표를 지내며 '박수현 원내대변인'을 임명해 원내지도부로서 함께 일한 바 있다. "저는 민주당 내부에서 박 전 대변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의 한 명이다. 그래서 그를 믿는다.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을 둘러싼 의혹들에는 "정치적 목적이 뚜렷한 공작과 언론 플레이"라고 규정한 뒤 "민주당은 절대로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당에서 부당한 조처를 내린다면 저부터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안민석 의원도 '박수현을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박 전 대변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안 의원은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박 전 대변인을 위해 용기를 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운을 뗀 뒤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때 우연히 박 전 대변인의 옆좌석에 앉았다. 그의 가슴 시린 가정사를 듣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애를 안고 태어난 어린 아들은 두 살 때 하늘로 떠났고, 10년 전 가난한 정치인을 떠난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잊기 위해 아내의 짐과 옷을 불태웠고, 지금은 아내를 용서한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그 눈물이 거짓이었을까"라고 반문했다.

박 전 대변인을 옹위하는 충남 지역 일부 단체들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충남 예술문화단체 오태근 총연합회회장 등은 14일 '예술인 100인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 "박수현 예비후보의 그동안의 헌신과 공로를 십분 인정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전폭 응원한다"며 "중앙당이 이 사안에 대한 충분한 진상규명 없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졸속 결정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야권에서는 민주당 지도부와 박 전 대변인 측을 동시 겨냥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4일 논평에서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자 백장미를 흔들며 쇼를 하던 민주당이 이제 성추문의 실체를 놓고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추잡한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성추행, 성폭행, 불륜 등 성추문의 종류도 '추문당'의 이름에 걸맞게 다양하고 화려하다"고 쏘아붙였다.

장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지도부는) 안희정 전 지사는 즉각 제명, 박수현 충남지사 예비후보에게는 사퇴권고, 민병두 의원은 사퇴반려(를 했다)"라며 "들이대는 잣대가 하도 현란해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심지어 박수현 후보 사퇴를 국민배심원단을 통해 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민병두 의원의 사퇴를 막기 위해 '황당 서명부'까지 등장한다고 한다"며 "추잡한 진실공방은 법정에 가서 하라. 민주당은 듣기도 보기도 싫다는 국민들 앞에서 더 이상 추태를 벌이지 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날 바른미래당의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종걸·안민석 의원을 겨냥해 "(박 전 대변인이) 애인을 공천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이 사건을 폭로한 당원을 회유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또 당선 뒤 보상을 암시한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생각하는가"라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진실한 사람' 발언에 대해 철회해야 한다"며 "두 사람 본인이 안 한다면 민주당에서 박 후보는 빨리 사퇴시키고, 안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서는 경고를 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