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연대 집회신고 내용 들여다 보니...집회 장소로 ‘소녀상 좌·우측 인도’ 명시돼
관할 경찰서인 서울 종로경찰서, 자유연대 측 집회신고 내용 무시하고 동상 좌측 인도만을 집회 구역으로 설정
경찰 측 행태, 옥외집회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선행 판례 살펴보면 ‘고의적 집회방해’로 해석될 가능성 높아
자유연대, “우리 인내심은 7월 중순까지...이 사태 해결 못 하면 경찰 수뇌부 포함해 실무자들까지 모조리 고소·고발”

“오늘 한 번만 봐 주세요. 내일은 꼭 요구하신 대로 집회구역이 설정될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경찰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이 서울 종로구 소재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에게 연신 굽실거리며 애원한다. 이에 김 사무총장은 “왜 현수막도 못 내걸게 하느냐?”며 해당 남성에게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이처럼 김상진 사무총장이 경찰 관계자에게 언성을 높인 이유는 경찰 측이 설정한 ‘집회구역’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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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대 측의 집회신고 내용과는 다르게 서울 종로경찰서는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의 좌측만을 자유연대 측의 집회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자유연대 측 집회 참가자들이 동상 오른편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연대 측이 공개한 〈자유연대 집회 제한 통고〉와 〈자유연대 질서유지선 설정 고지〉라는 제목의 문서를 각각 참조하면 자유연대는 인근에 위치한 주한일본대사관의 업무 외 시간인 오전 0시부터 9시, 오후 12시부터 13시, 오후 18시부터 오후 23시 59분에 해당하는 시간대에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 좌·우측 인도 및 1개 차로(車路)에서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관할 경찰서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 종로경찰서 측은 자유연대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장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 11조 5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내 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100미터(m) 이내의 장소에 해당하기 때문에 외교기관의 기능·안녕을 침해하는 행위가 없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동시에 집회와 관련해 집회 개최자인 자유연대 측과 경찰 측이 인지한 내용을 상호 확인할 목적으로 집회 제한 통고서를 매일 자유연대 측에 전달하고 있다.

자유연대의 집회와 관련해 경찰 측이 명시한 제한 사항은 집회 현장 인근에 위치한 주한일본대사관 방면으로 ▲불순물 투척 금지 ▲과도한 소음 송출 금지 ▲대사관 진입 시도 금지 등이었다. ‘집회구역’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제한 사항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 관계자가 김상진 사무총장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이 열을 내는 상황이 어째서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경찰, ’소녀상 좌·우측 인도’ 집회 신고 받아놓고 지도에는 좌측 인도만 표시

자유연대 측이 종로경찰서로부터 건네받은 문서상에는 자유연대 집회 장소로 신고된 장소로써 ‘소녀상 좌·우측 인도 및 1개차로’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자유연대 질서유지선 설정 고지〉라는 제목의 문서에 첨부된 지도에는 ‘소녀상’(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 좌측 인도 및 1개 차로만이 자유연대 측의 집회 구역으로 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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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대가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 좌·우측 인도 및 1개 차로에서 집회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집회를 신고했음에도 관할 경찰서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동상 좌측 인도 및 1개 차로만을 자유연대 측 집회구역으로 설정했다.(이미지=자유연대 제공, 전재 가능)

이에 대해 김상진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사조직으로 전락해 버린 경찰이 소위 ‘소녀상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측의 ‘불법 점거 농성’을 사실상 방조(傍助)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옥외집회와 관련한 헌법재판소 판결(2000헌바67)에서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는 인격발현의 요소이자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이중적 헌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며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같은 판결에서 “집회의 자유는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과 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한다”며 “개인이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에 참가할 것을 강요하는 국가행위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집회장소로의 여행을 방해하거나, 집회장소로부터 귀가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집회 참가자에 대한 검문(檢問)의 방법으로 시간을 지연시킴으로써 집회장소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집회의 자유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치를 금지한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을 내린 이유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집회장소가 바로 집회의 목적과 효과에 대하여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 취지로 봤을 때, 종로경찰서가 자유연대 측이 신고한 ‘소녀상 좌·우측 인도 및 1개 차로’를 모두 집회구역으로 설정하지 않고 경찰 측 편의에 따라 ‘소녀상’ 좌측 구역만을 자유연대 측 집회 구역을 설정하고 자유연대 측 관계자들이 ‘소녀상’ 우측 인도로 접근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는 것은 형법상 직권남용(제123조)과 집시법상 집회방해(제3조 1항)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유연대 측의 자유로운 집회 개최를 부당하게 제한한 것과 관련해 경찰 측의 집회방해죄가 성립한다면, 해당 행위에 가담한 경찰공무원들은 집시법 제22조에 따라 벌금형 없이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자유연대, “경찰, 협조해 줬더니 말 바꿔…경찰·지킴이 모두 고소·고발 예정”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 경찰 측의 ‘자의적 집회구역 설정’과 관련해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은 펜앤드마이크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고방지’ 차원이라며 경찰 측에서 먼저 협조를 해 달라고 간청하길래 부탁을 들어줬더니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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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사진=유튜버 ‘청년스피릿’ 제공)

김 사무총장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6월24일 ‘자유연대 수요시위’에 앞서 경찰 측이 자유연대 측에 협조를 구한 내용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 온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또는 약칭 ‘정대협’) 측의 연합뉴스 서울 본사 사옥 앞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날 우려가 매우 높아 ‘정의기억연대’ 측 집회가 있는 수요일에 한해 문제의 ‘일본군 위안부’ 동상 좌측 인도에서 집회를 진행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경찰 측 요청에 대해 김상진 사무총장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오른편에 자유연대 측 현수막을 설치하고 자유연대 집회 참가인원들이 동상 너머로 진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내용으로 협조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총장은 “수요일은 협조해 주겠다고 했지만, 그 외 평일이나 휴일은 협조해 주겠다고 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3일 이후 경찰 측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우측 인도로 자유연대 측 관계자들이 진입하지 못 하게 하는 동시에 자유연대가 해당 장소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도 모두 막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상진 사무총장은 “지난달 23일 이후 일주일 넘게 진행되고 있는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측 관계자들의 ‘일본군 위안부’ 동상 불법 점거 및 불법 집회를 오히려 경찰이 돕고 있는 꼴”이라며 “7월 중순 이후로도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경찰 수뇌부를 포함해, 박규석 종로경찰서 서장, 동(同) 경찰서 정보과 과장 임태현 경정, 경비과 과장 강경한 경정, 집회신고 서류 접수 담당자 강평준 경사 등, 우리가 우리 집회를 원활히 개최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경찰 실무진까지 모조리 형사 고발하는 한편, 국가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불법적으로 우리 측 집회를 방해하고 있는 ‘반아베반일 청년학생공동행동’ 측 관계자들과 그들의 불법 행위에 가담한 좌파 유튜버들에게까지 모두 민·형사상 책임을 지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종로경찰서 측은 자유연대 측 집회구역 설정을 둘러싸고 자유연대 측과 빚고 있는 마찰과 관련해 ‘소송을 진행해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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