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내역 조회...해마다 늘어난 정부지원금
매달 중순 입금되면 하루이틀새 그만큼의 액수 현금으로 빠져나가
5년간 시민성금 포함 약2억9,000만원 입금...남은 돈은 약2,500만원
아들 내외 "2004년 쉼터 입소하실 때도 이미 몇 천 만원 갖고 계셨다"
길 할머니, 최소 2015년부터 치매 상태...정대협 보고서도 "치매 약의 단계 올렸다"

길원옥 할머니 명의의 통장으로 들어온 정부지원금이 매달 현금으로 고스란히 빠져나간 내역이 확인됐다. 5년간 정부지원금과 시민성금으로 농협은행 통장에 입금된 돈은 약2억9,000만원이지만 현재 남은 돈은 길 할머니 명의의 우체국은행 통장을 합쳐 약2,500만원이었다. 길 할머니가 같은 기간동안 자식들에게 준 돈과 일부 단체에 기부한 돈을 합치더라도 나머지 상당 금액의 용처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펜앤드마이크가 길 할머니 아들 내외로부터 확보한 농협은행 통장 조회내역(2015.01.01~2020.06.15)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2015년 서울시와 마포구로부터 매달 약220만원을 지원받았다. 매달 중순 해당 금액의 정부지원금이 입금되면 몇일새 그만큼의 돈이 현금으로 인출됐다.         

2015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농협은행 통장 계좌내역. 2015년 1월부터 매달 입금된 정부지원금과 그만큼의 현금 인출이 즉각적으로 이뤄진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길 할머니 아들 내외 제공) 

전체 내역을 확인한 결과 매달 입금된 정부지원금과 기존 잔금을 더한 액수에 거의 상응하는 돈이 현금으로 족족 빠져나갔다. 그동안 길 할머니의 돈은 '미디어몽구', '통일뉴스' 등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긴밀한 관계의 단체에 자동납부 형식으로 매달 1만원씩 후원금으로 지출됐다. 이를 제외하면 나머지 전액은 꾸준히 현금으로만 인출된 것이다.  

길 할머니는 2016년부터 매달 220만원에서 30만원 가량 늘어난 약250만원을 정부지원금으로 받았다. 

정부지원금은 매해 인상됐다. 2016년 1월부터의 내역 일부다. (사진=길 할머니 아들 내외 제공)

2017년에도 길 할머니는 전년과 거의 비슷한 액수인 약257만원을 매달 정부지원금으로 받았다. 중순경 입금되면 몇일새 현금으로 거의 전액이 인출되는 패턴은 반복됐다.

2017년 1월부터의 계좌 내역 일부 및 같은해 11월 시민성금으로 길 할머니에게 전달된 1억원의 인출 내역. (사진=길 할머니 아들 내외 제공)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1억원의 행방도 확인할 수 있다.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거처로 마련한 쉼터에서 거주하고 있었던 길 할머니는 정의연의 설득대로 '화해치유재단'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않았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가 일본 아베 정부와 2015년 말 합의해 2016년 일본 정부 예산 약100억원으로 출범시킨 재단이다. 길 할머니는 정의연이 시민성금으로 마련한 1억원을 2017년 11월 22일 해당 은행의 통장으로 입금받았다. 그러나 1억원은 불과 1시간만에 500만원은 현금, 나머지 9,500만원은 송금처가 명시되지 않는 '대체' 형식으로 모조리 빠져나갔다.   

전년도까지 매달 250만원이었던 정부지원금은 2018년 매달 340만원으로 늘었다. (사진=길 할머니 아들 내외 제공)

길 할머니는 2018년 매달 약340만원을 정부지원금으로 받았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 지원금 중에서도 마포구 지원금이 7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크게 늘어난 결과다. 

중순경 같은 패턴으로 현금 인출된 액수도 200만원에서 400만원 가까이로 크게 증가했다. 

2019년에는 매달 350만원, 2020년에는 매달 360만원 이상이 정부지원금으로 입금됐다. 김복동 할머니가 2019년 1월 타계한 이후 길 할머니의 돈은 미디어몽구와 통일뉴스에 이어 김복동 할머니의 이름을 딴 재단인 '김복동의 희망'으로도 매달 5만원씩 자동납부됐다. 

정부지원금은 2019년부터 350만원으로 늘었다. 같은해 3월부터는 길 할머니 계좌에서 매달 5만원씩 '김복동의 희망'으로 자동이체된다. (사진=길 할머니 아들 내외 제공) 

2015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해당 통장으로 입금된 정부지원금 및 시민성금 전체를 합산하면 약2억9,000만원으로 집계된다. 취재 결과 그동안 길 할머니의 자식들이 받아간 돈은 지난 5월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이후 정의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뒤늦게 故손영미 소장으로부터 건네받은 3,000만원(손 소장 명의로 된 우체국 통장이었음) 등을 포함해도 약1억1,200만원 정도이다.  

현재 길 할머니의 농협은행 통장(660만원)과 이곳에 입금된 돈 일부를 정의연 측이 나눠놓은 우체국은행 통장(1,900만원) 등에는 약2,500만원만 남아있다. 길 할머니 아들 내외는 펜앤드마이크에 "어머니가 2004년 서대문 쉼터로 입소하실 때에도 이미 몇천만원을 갖고 계셨다"며 "최근 5년간 어머니 명의 통장으로 입금된 돈들만 보더라도 소명되지 않는 부분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매달 입금된 정부지원금 외로 길 할머니가 2017년 11월 22일 수령한 시민성금 1억원 중에서 5,000만원은 정의연에 기부됐다. 정의연 측은 나머지 5,000만원은 할머니가 직접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행방을 알 수 없는 나머지 돈은 검찰이 5년동안 매달 현금 인출된 길 할머니의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정부지원금은 2020년부터 360만원으로 늘었다. '정의연 사태'가 터진 5월 이후 두달동안 정부지원금이 입금되는대로 쌓이기 시작했다. (사진=길 할머니 아들 내외 제공)

또한 정의연 측은 길 할머니가 치매 등급 판정을 받은 적 없으며 '모든 금전관리는 길 할머니가 직접 했고 우리는 심부름만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지난 2017년부터 작성해 여성가족부에 제출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최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길 할머니는 2019년 윤미향 의원 앞에서 유언장을 작성했을 때는 물론이고 2016년 이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었다. 30일자 조선일보는 정대협의 2017년 보고서에 "12월 8일 병원 진료 결과 기억력에 조금씩 문제가 생겨 치매 약의 단계를 올림" 등의 기록이 담겨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여의도성모병원 신경과 교수의 의견을 토대로 길 할머니가 돈 계산이 어렵고 혼자 생활이 안 되는 '중등도 치매'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만 해도 길 할머니의 통장에서는 매달 같은 패턴으로 현금 인출이 이뤄졌다. 때문에 다음달 정부지원금이 들어올 때까지는 몇십만원 수준의 금액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정의연 사태가 터진 5월부터는 이 같은 현금 인출 패턴이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지원금 약360만원이 매달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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