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서 검사장, “유시민 관심없다” 발언
수사팀, 해당 발언 제외하고 강요미수죄 만지작
‘검사장 불리한 건 부각, 유리한 건 빼’
대검, 회의 요청했지만 중앙지검 보이콧
추미애, 檢 내부 의견 분분한데 ‘이 사건은 검언유착’ 단정

채널A 본사./연합뉴스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 통화 기록을 놓고 이들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지난 18일 녹취록을 확인한 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사건을 왜곡해 보고했다는 결론을 냈다. 해당 녹취록에는 한동훈 검사장과 채널A 이모 기자, 다른 기자 A씨 등 3명이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만난 당시에 오간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서 녹취록 전체를 검토한 뒤 지난 17일 채널A 이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었다.

녹취록에서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은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범죄”라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 검사장을 등에 업은 채널A 이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 측에게 ‘여권 인사 비리 자료를 내놓으라’며 압박했다고 MBC가 보도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부분을 수사 결과물에서 제외했다. 수사팀은 지난 3월 이 기자가 A기자에게 “검찰 관계자가 (이철 전 대표 관련 수사에) 손을 써 줄 수 있다는 식으로 엄청 이야기를 했다”며 “(검찰 관계자가) 일단 자신을 팔라고 했으니 만나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했다 정도는 말해도 된다”는 통화한 내용만 부각해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 가능하다고 보고한 것이다.

하지만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강요미수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대의 의사결정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해가 될 만한 나쁜 일을 알리는 행위)’가 있어야 하지만, 이 기자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움직여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압박할 위치는 못 된다고 판단한 것.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으로 구치소와 교도소에 일반인 출입이 제한된 지난 2월 이 기자가 이철 전 대표를 직접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19일 오전 이러한 내용의 의견을 대검 지휘협의체에 보고했다. 이후 지휘협의체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19일 오후 이를 반박할 의견을 제시하라고 했지만, 수사팀은 회의를 보이콧(boycott)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려면 구체적인 범죄 사실을 적어 보내야 한다는 지휘도 따르지 않아 ‘지시 불응’ 논란도 자처했다.

대검은 지난 20일 채널A 이 기자의 변호사가 14일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진정서를 제출한 데 대해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전문자문단은 사건 처리 방향을 두고 내부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제도다.

한편 추미애 법무장관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서 이 사건을 ‘검언 유착’으로 성급하게 규정해 또 다른 논란을 유발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 사건 관계자들에 대해 강요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장관이 개별 사건에 개입해 수사 방향까지 결정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법조계에선 “추 장관이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저런다면 피의사실 유포에 해당하고, 여권 내 주장을 받아서 수사팀을 압박하는 차원이라면 직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덕관 기자 adk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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